말할 수 있다는 것은 조직개발의 시작
최근 많은 조직이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다.
성숙한 수평조직은 자유로운 소통문화를 기반으로 구성원에게 의사 결정권을 부여한다.
과거 위에서 내린 명령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탑다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현재는 조직의 이슈를 구성원과 함께 논의하는 수평적인 방식이 보다 바람직한 소통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구성원에게 의사 결정권을 부여하는 일은 드물지만,
일단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는 조직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KOOFA에서 조직의 이슈를 구성원과 논의하는 워크숍에서
참여자들에게 "모든 의견은 동등하게 귀중하다"의 그라운드룰을 매번 강조한다.
참여자들이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의 시작이다.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이야기하는 참여자를 종종 마주하곤 한다.
굳이 구성원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평적인 조직처럼 보이고 싶은 임원들의 욕심을 채우려고 소통하는 척하는 것일까?
조직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만 있게 된 것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
독재 국가에서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 중의 하나는 '표현의 자유'이다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게 되고,
소통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의견은 진화한다.
어느 정도 합의되는 의견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때, 사람들의 신념은 변화한다.
"지금 저것이 최선이 아닐지 몰라"
신념이 변화해도, 당장 행동이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념이 변화하면 궁극적으로 행동도 변화하게 된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언제 허용될 수 있는지 눈치를 살피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행동과학자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의 신봉이론-사용이론을 통해 좀 더 이해해볼 수 있다.
아지리스는 우리가 실제로 의도(신념)와 행동이 불일치 하는 것을 '신봉이론'-'사용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신봉이론: 자신이 겉으로 내세우는 가치와 일치하는 이론
사용이론: 실제 행동으로부터 유추되는 이론
일반적으로 인간의 사고는 신봉이론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신봉이론과 실제로 행동하게 하는 사용이론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리더가 다음과 같은 신봉이론과 사용이론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신봉이론) 혼내는 방식으로 동기부여 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
(사용이론) 업무 기한이 가까워져 올수록 구성원을 혼내며 업무를 지시한다.
리더는 구성원을 혼내는 것은 올바른 동기부여 방법이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혼내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의도(신념)과 행동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누군가 묻게 된다면, 리더는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게 된다.
이런 성찰적인 과정을 통해 신봉이론과 사용이론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
돌아와서,
독재국가에서는 자유로운 소통을 허용한다면,
사람들의 신념이 변화하게 된다.
독재국가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속으로 분노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며 사용이론도 신념이론을 따라 변화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행동하게 되고, 독재국가는 무너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독재국가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평적인 조직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빠른 시일 내에 조직의 제도를 바꿀 수 없어도,
궁극적으로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함께 만들어 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은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꺼내게 되고,
타당한 의견이 공유되면 사람들의 신념이 바뀌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신념이 변화한다는 것은 신봉이론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9시까지 반드시 출근해야 하는 조직이 있다.
한 구성원이 워크숍에서 의견을 제시하였다.
"저희 조직도 다른 조직처럼 야근을 안할 수 없나요?"
경영진들은 현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야근하는 것을 양해 해달라고 대답하였다.
의견을 제시한 구성원은 "뭐야 어차피 안 들어 줄 것이면서 왜 물어본 거야"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출근 시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성원과 함께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약 해당 의견이 조직의 구성원들이 느끼기에 타당하다면,
이것에 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의 신봉이론도 변화하게 된다.
"굳이 야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을거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의 공감이 짙어지면, 주장은 더 강력해진다.
다른 사람들이 야근하면, 나도 야근해야 한다는 신봉이론이 바뀌게 된다.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줄어들게 되고,
6시쯤 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야근을 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탐색하게 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야근을 지양하는 문화가 자리잡게 된다.
워크숍에서 누군가 제시했던 의견으로 인해 사람들의 신봉이론이 변화하게 되었고,
사용이론도 조금씩 신봉이론을 따라 변화하여 눈치보며 야근하는 행동이 변화하게 된 것이다.
조직에서 소통을 활성화하는 것이 가지는 의의는 반영조직의 시작이다.
현재 많은 조직이 수평조직을 지향하며,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구성원의 생각을 꺼내어 공유하도록 소통을 활성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렇기에, 일단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크리스 아지리스 신봉이론-사용이론 출처: KOOFA 직지심공 팟캐스트>
https://www.podbbang.com/channels/14900/episodes/23046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