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아침 7시 10분에 일어났다.
엄마의 건강검진 날이다.
올해 건강검진은 처음으로 내가 따라가기로 했다.
작년부터 기침을 자주 하며, 온몸이 쑤신다고 말하는 엄마가 걱정돼서 이번 건강검진은 제대로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동안 코로나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엄마를 설득해서 병원에 데려갔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도 이미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걸보고, 나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거라는 걸 느꼈다. 늘 기본 국가 암 검진만 했던 엄마였기에 나는 미리 다른 검사를 추가해놨다.
저선량 폐 ct와 유방 초음파, 갑상선 초음파, 각종 혈액검사까지.
커다란 검진 센터답게 층이 다르게 검사가 행해진다.
그다음부터는 예상대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검사 때마다 2~30분씩은 기다린 것 같다.
나는 엄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 때우기 좋게 책을 한 권 챙겨 와서 다행이다. 책장에 언제부터 꽂혀있었는지 모를 노트르담 드 파리다.
엄마가 검사받는 걸 기다리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책을 펼쳐 읽었다.
예상외로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마지막 위 내시경을 받는 엄마를 기다리며 책에 빠져 있는데, 간호사가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이름과 함께 보호자를 찾고 있다.
나는 황급히 일어나 대답했다. "네!"
단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어느새 나는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 있었다.
위내시경이 끝내고 잠에서 겨우 깨어난 엄마는 비틀거리는 몸을 나에게 의지 했다.
나는 엄마의 거칠어진 손을 잡았다.
어느새 나보다 작게 느껴지는 어머니의 몸이다.
왠지 속으로 울컥했다. 하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엄마에게 괜히 괜찮은지 한번 더 물었다.
그다음 아직 힘이 없는 엄마를 부축해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러 갔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벽이 얇아져서 일 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을 하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기침이 잦으셨나 보다.
검진이 다 끝난 시간은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4시간이 훌쩍 지난 후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엄마의 보호자로 있었다.
수납 비용은 46만 8천 원이다. 엄마는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지만, 나는 너무 작게 쓴 것 같아 조금 후회했다.
앞으로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는 엄마를 생각하면 내년엔 더 비싼 전신 건강검진을 받게 해 줘야겠다 다짐한다.
집에 오는 길에 인터넷으로 양배추즙을 주문했다. 역류성 식도염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