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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가 Jun 28. 2021

치과에 가다

어느 순간부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씹기가 불편했다.

왼쪽 위 제일 안에 어금니다.

혀를 대면 까칠한 부위가 있다.

때워 놓은 게 깨져 나간 모양이다.

처음엔 무시하고 넘어갔다. 참을 만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시리고 통증까지 느껴졌다.


참고 참다가, 이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피하고 싶었던 치과에 예약 전화를 했다.

예약 날 아침부터 왠지 긴장이 된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치과 앞,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치과 특유의 냄새가 난다.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안쪽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몸이 굳었다.


내 이름이 호명되고 치과 체어에 앉으니 긴장감이 배가 된다.

의사를 만나기 전에 이미 체어가 눕혀진다.

누워서 겨우 인사를 하고 의사 얼굴 제대로 보기도 전에 얼굴에 포가 덮인다.

이리저리 내 입안을 작은 거울로 살펴보는 게 느껴진다.


젊은 남자 의사 선생님은 때워놓은 게 떨어져서 새로 때워야 한다 말했다.

거기에 예상치 못하게 다른데도 치료할 데가 있다는 말을 더한다.


바로 치료해 달라하니, 마취를 먼저 해야 한다 말한다.

한꺼번에 치료는 안되고 한 번에 한 치아씩이라는 말과 함께.

마취라는 말에 헉했다. 나이를 먹어도 주사는 무섭다.

하지만 엄살을 부리는 게 꼴사나워 보일까 담담한 척했다.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따끔한 느낌과 함께 마취제가 들어가는 통증을 주먹을 꽉 쥐고 참았다.

입을 헹구고 기다리는 시간이 10분이다.

얼얼해지는 동안, 나는 멍하니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커다란 아파트가 바로 앞에 보인다.


그리고 삐삐, 알람 소리와 함께 나는 다시 눕혀졌다.

10분은 순식간이다. 선생님이 오기 전에 이미 얼굴에 포까지 덮혀졌다.

입안에 고무 장치물이 들어간다.

이걸 끼고 치료해야 한다고 한다.

장치물 때문에 다물수가 없다.

입을 크게 벌리고 치료를 받았다.


윙 치아를 갈아대는 소리가 계속 나고, 물로 씻어내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얼굴을 가려서 주변 소리에 예민해졌다.


그리고 때우고 재료를 굳히는 소리까지. 마지막이 임박했다는 게 느껴진다.

장치물이 드디어 빠지며 나는 입을 다물고 잠시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벌린 입을 다물고 딱딱딱 씹어보라고 말한다.

높이를 맞추기 위해 때운 재료를 다듬는다.

얼마나 걸렸는지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체감상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드디어 끝났다는 말과 함께 입을 헹구고 내려오는데, 턱이 얼얼하다.


나는 수납할 때까지 계속 턱을 마사지해줬다.

다음 예약까지 잡고, 집으로 왔다.


그땐 그렇게 넘어갔다. 뒤늦게 문제가 생겼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한 번씩 입을 벌릴 때마다 이 아프다.

평소 입을 크게 벌릴 일이 없어 몰랐는데, 치료하는 동안 너무 크게 입을 벌리는 바람에 턱에 무리가 간 것이다.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턱운동을 찾아보며 통증을 줄여보고 있지만,

한동안 갈 것 같은 통증 앞으로 치과 갈 횟수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역시 나는 치과와 친해지긴 힘 것 같다.

싫어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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