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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가 Aug 27. 2021

애호박전이 맛있다

나는 편식을 한다. 나이를 하나 둘 먹어도 싫어하는 음식은 끝까지 먹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먹어 보라고 해도 나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안 먹어."

일명 초딩 입맛이라고 할까. 먹는 것에 대해선 나는 고집스러웠다.

  

몇 년 전, 엄마가 준비한 저녁 반찬으로 애호박전이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자태에 그전까지 손을 대지 않았던 애호박전에 나의 젓가락이 절로 갔다.

입에 한입 어 먹자마자 나는 인상을 썼다. 씹는 식감이 물컹하니 나랑은 맞지 않았다. 그 하나를 먹고 다시 나의 젓가락이 그쪽으로 가는 일은 없었다.


 얼마 전 다시 저녁 반찬으로 애호박전이 올라왔다.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애호박전에 관심이 없나였기 때문일까.

 이번 애호박전은 전이랑 달랐다. 엄마가 기분을 낸 건지 홍고추까지 예쁘게 잘라서 모양을 내어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맛없었던 그때의 기억이 흐릿해 나는 다시 한번 젓가락을 움직였다. 가장 예쁘게 구워진 애호박전 하나를 집어 한입 베어 먹자 입안에 느껴지는 달달하고 고소한 맛.

'어라? 맛있네.' 그렇게 느끼자마자 두 개, 세 개고 연달아 집어 먹었다. 전에는 기분 나쁘게 느껴졌던 물컹한 식감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맛있으니까. 그냥 맛있게 먹었다.


 나이를 더 먹고 먹은 애호박전은 그때랑은 달랐다. 애호박이란 채소가 몇 년 사이 더 맛있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채소 자체가 맛있게 변한 건 아닐 거다. 변한 건 나의 입맛이겠지.

 이젠 애호박전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된 나는 초딩입맛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입맛이 바뀐다는 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점점 먹을 수 있는 게 늘어나면서,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왠지 씁쓸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이다.

다시 몇 년 후에는 싫어하는 가지도 맛있게 먹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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