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너무 많은 그녀들
얼마 전에 알게 된 단어가 있다.
일명 핑거 프린세스.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던 중 들은 단어이다.
친구가 날 보며 물었다.
핑거 프린세스가 뭔지 알아?
그리고 덧붙인 말은 아는 27살 여자 동생이 자신을 그렇게 부른다고 말이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네가 키 작고 귀여우니까, 엄지 공주 같은 의미의 말 아냐?
내 말에 친구는 큰 소리로 웃었다.
너만 자신을 귀여워한다고 말하면서, 전혀 좋은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친구의 설명은 자신이 남을 귀찮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친구랑 나는 15년 지기이다.
그동안 나에겐 무척 착하고 귀엽기만 했던 친구였다.
한 번도 싸운 적 없어 나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설명에 놀랐다.
정말 그런 의미가 맞나.
나는 바로 스마트폰으로 직접 검색을 했다.
심지어 국어사전에 올라간 말이라는데 놀랐다.
핑거 프린세스.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직접 찾지 아니하고 남에게 물어보는 여자.
보는 순간, 나는 아! 소리를 냈다.
처음 듣는 단어의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뜻풀이를 보고 나는 유레카라고 생각했다.
정말 이 단어를 만들어 낸 사람은 천재 아닌가.
그 정도로 완벽한 표현의 말이었다.
맞다. 내 친구는 핑거 프린세스다.
친구는 나한테도 꽤 많은 걸 물어보곤 했다.
난 그때마다 별생각 없이 찾아봐주고 대답해 줬었지.
이런 사람을 확실히 지칭하는 신조어가 생겼구나.
한편으론 신기했다.
그리고 내 주변에 수많은 핑거 프린세스들이 떠올랐다.
실업급여 신청 어떻게 하면 돼?
버스 뭐 타고 가면 돼?
생일 선물 뭐 필요한지 물어봐 줄래?
최근 일주일 중 생각나는 나한테 물어보던 말들이다.
나는 별생각 없이 내가 검색해서 내가 직접 연락해서 알려주곤 했다.
생각해보면 나한테 물어볼 시간에 직접 자기가 하면 되는 거다.
왜 이걸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아니, 이제서야 알게되서 다행이다.
내 주변에 수많은 핑거 프린세스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다른 사람의 핑거 프린세스는 되지 말아야겠다 새삼 다짐한다.
하지만 내 주변에 핑거 프린세스들은 바뀌지 않는다.
방금도 하나의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