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각형 Aug 01. 2021

불만을 담은 주머니


꼭 얘기해야지. 매일 밤 눈감고 다짐하며 잠든다.

하지만 다음 날 되면 꾹 다무는 입이다.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 말을 하고 내가 나쁜 사람, 불만 많은 사람, 계산적인 사람이 될까 싶은 거다.

곰인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요령 있게 일을 피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보다 배는 더 일한다.

못하겠다. 안 하겠다. 나만 이용당하는 걸 알고 단호히 입을 여는 게 힘들다.


나는 착한 사람 증후군인가?


남들의 얼굴이나 기분을 살피는 게 당연하다.

불만은 다시 가슴속 주머니에 담긴다

주머니가 너무 무거워져 펑 터질 정도가 될 정도가 되면 나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말한다.


"그만두겠습니다!"


끝까지 그 사람에겐 나의 불만들을 털어내지 못하고 피한다. 참 어렵다, 인간관계란.

누구에게나 너무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려다가 나만 힘들어진다.


내 마음속 주머니가 너무 무겁다.


사회생활을 여우같이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는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윗사람의 비위를 잘 맞추고 요령 있게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잘빠져나가지.


타고난 곰의 성향을 가진 나다.

남들이 보기엔 곰인 내가 묵묵히 불만 없이 일하는 것 같을 거다.

'그냥 말해서 분위기가 싸해지는 거 보다는 내가 하고 말자.'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니 어쩌겠나.

하지만 조그만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나는 터지고 마는 것이다.

퇴사의 마음이.


나같이 곰 같은 사람은 사회생활에선 여우에게 미련하게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첫 직장 때보단 사람을 보는 눈이 생겼고, 마냥 착하게 굴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곰이다.

타고난 곰의 성향을 바꾸긴 힘들지만 이젠 더는 여우들에게 쉽게 당하진 않는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회생활에선 냉정하고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지 괜히 이용당하지 않는다.

너무 착하게 굴면 안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 세상에 수많은 곰들에게 나는 말한다.

우리 더 이상 일을 무식하게 맡아하지 말자고.

안 해도 되는 일, 떠맡은 일, 같이 해야 되는 일을 혼자 하게 되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같이해요. 혼자 못해요. 이건 님이 하세요."


당당해지자. 모든 곰들아. 일단 내가 가장 먼저 말해야겠지만.


나는 오늘 밤에도 낼 얘기할걸 생각하며 잠든다.

내일은 마음속 주머니가 가벼워 지길 바라며.


이전 07화 내 인생 최대의 고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