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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가 Jul 12. 2021

눈물을 참지 않아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건지, 눈에 수도꼭지가 달린 건지, 퍽하면 눈물이 난다.


눈물의 이유는 다양하다. 감동적이라서, 기뻐서, 울컥해서, 슬퍼서, 다양한 이유로 내 눈엔 금방 물기가 차오른다.

훌쩍, 콧물도 한 번 풀어줘야 한다.


내 인생은 평탄하진 않았다. 울 일이 많았다.


어린 시절엔 언니가 사고로 하늘나라로 가서 울기도 했고, 부모님의 이혼에 슬퍼 울기도 했고, 사춘기 시절 친구 때문에 운 적도 있고, 직장 선배의 괴롭힘에 집 가는 버스 안에서 서러워서 친구와 통화하며 두 시간 내내 울기도 했고, 오래 연락이 끊긴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고 슬퍼 오열도 했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엄마를 위로하며 같이 울었다.

이 정도 겪었으면 마음이 단단해져서 사소한 일엔 눈물이 줄어들 만도 한데...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어린아이의 안타까운 사정이 나오면 가슴이 아파 눈물이 고이고, 영화를 보다가도 조금 슬픈 장면이 나오면 울컥, 만화책을 보다가도 감동적인 장면에 울컥, 예능을 보다가도 하차 인사에 울컥, 심지어 면접을 보는 날 처음 보는 직원과 얘기를 나누다가도 울컥한 적이 있다. 나중엔 그 사람과 앞으로 같이 일할 생각을 하니 누워서 이불 킥 했다.


눈물이 많은 내가 싫어서 어느 순간 눈물이 나올 때 억지로 참게 되었다.

누구에게든 혼자 있어도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울어버리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아 한동안 나는 강해지고자 눈물을 꾹 참았다.

하지만 참고 나면 속이 왠지 답답했다.


하루는  책을 읽다가 너무 슬퍼서 그때만큼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정말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

한참 시원하게 울고 코를 풀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때 굳이 눈물을 참을 필요가 뭐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눈물인데 우는 것조차 마음대로 안 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


눈물이 많다고 약한 게 아니다.

그걸 늦게 알았다.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어야지.

눈물에 그 순간 내 무거운 마음을 흘러 보낼 테다.

그럼 생각이 많은 내 속이 좀 가벼워지 않겠나.


이젠 눈물이 나면 그냥 휴지를 찾아 손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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