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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진짜 ‘케데헌’이다! 한국의 맛 그잡채!

조수진의 K푸드 잉글리시

by 조수진

요즘 밈, 드라마, 영화를 보면 신조어를 검색하기 바쁠 정도로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 예를 들면, 그잡채(그 자체), 사바사(사람 by 사람), 엔간치(‘웬만해서는’의 사투리 느낌), 심멎(심장 멎을 정도로 설렘), 소오름(소름 + 감탄사 오오), 손민수하다(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하는 것)와 같이 신조어는 발음의 유사성, 한국어와 영어의 조합, 사투리 응용, 줄임말, 고유명사의 일반명사화 등 그 방식도 다양하다.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를 ‘케데헌’, 영어로는 ‘KPDH’로 줄여 말하는 밈이나 쇼츠를 자주 볼 수 있다. 넷플릭스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공동 제작한 뮤지컬 판타지 영화 ‘케데헌’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한국 문화와 정체성을 은은하게 녹여낸 시각적 스토리텔링으로 한국적 정서를 세련되게 구현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20일 공개된 이후 여전히 식지 않는 화제성과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계 감독 메기 강(Maggie Kang)의 어린 시절 경험한 한국적 정서를 섬세하게 녹여내며, 남산타워, 저승사자, 한옥, 호랑이 등 전통 요소를 세련된 판타지로 재해석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OST 역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HUNTR/X)’가 부른 주제곡 ‘골든(GOLDEN)’이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후로 13년 만에 1위에 올랐다.

K-컬처의 정수를 보여준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영화 속 장소, 한복, K-푸드까지 장면 속 디테일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적 정서가 필요함에도, 이를 이미 즐기고 있는 외국 시청자들이 많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영화 속 K-푸드는 한국식 핫도그, 김밥, 설렁탕, 컵라면, 어묵, 새우깡, 냉면 등 익숙한 음식들이 등장하며, 영어 대사에 한국식 표현이 자연스럽게 섞여 보는 내내 흐뭇함을 자아낸다. 배경 또한 한옥, 남산타워, 저승사자 복장, 호랑이 문양 등 전통 모티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현대적인 K-팝 세계 속에서도 한국적 정체성과 미감을 강렬하게 부각시키는 시각적 장치로 한몫을 한다.

영화 속 K 푸드는 단순한 등장이기보다는 스토리 라인에 맞게 음식이 보여 주는 한국 정서의 내막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성대 결절로 위기에 빠진 루미에게 설렁탕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의 표현으로, 함께 먹는 설렁탕은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음식으로 등장한다. 이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밥상 공동체’의 전통을 그대로 그려내며, 뜨끈한 국물은 심리적 안정과 팀워크를 함께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뜨거운 음식인 설렁탕(Seolleongtang)은 비빔밥(Bibimbap)처럼 한국식 발음 그대로 영어권에서 쓰일 만큼 익숙한 음식이다. 설렁탕이라는 명칭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조선 시대 선농제(先農祭)에서 유래해 원래 선농탕(先農湯)이라 불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선농제는 조선 왕들이 해마다 풍년을 기원하며 직접 농사를 짓고 제사를 올리던 국가 행사로, 제사 후 제물로 바친 소의 뼈와 고기를 푹 끓인 국물을 백성들에게 나눠준 것이 설렁탕의 기원이다. 발음이 선농제 → 선농탕 → 설렁탕으로 변화한 것이다.

차가운 음식인 냉면(Naengmyeon)은 멤버들이 고강도 리허설이나 무대 준비 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냉면을 슬쩍 흡입하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는 차갑고 새콤한 냉면이 긴장과 열기를 한순간에 식히는 장치로 작용하며, 무대 후 쿨다운(cool-down)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멤버들이 모여 김밥, 어묵, 한국 과자, 컵라면, 핫도그 등을 먹으며 “이 맛은 진짜 한국이야!(This flavor? It’s pure Korea, 100% authentic!)”, “한 입만 더!(Just… one more bite!)”,

“다들 떡볶이 아니었으면 지금 기운도 없었을 걸(Honestly, without tteok‑bokki… we’d all have zero energy right now!)”과 같은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한국 음식이 단지 배부르게 하는 것 이상이라는 의미를 보여 준다.

이 중 막대기에 소시지(또는 치즈 등)를 꽂고 반죽을 입혀 튀긴 후 설탕까지 뿌리는 한국식 핫도그(hot dog)는, 빵에 소시지를 끼워 먹는 미국식 핫도그와 다른 한국 핫도그로 소개됐다. tvN ‘서진이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BTS의 멤버인 뷔가 만든 핫도그로, 멕시코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영어의 ‘hot dog’라는 명칭은 19세기 후반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에 소시지를 넣은 빵(프랑크푸르터, 비너 등)을 소개하면서 유래했다. 당시 이 소시지는 ‘다흐순트(dachshund) 소시지’라 불렸는데, 다리가 짧은 개 품종인 닥스훈트와 모양이 닮았기 때문이다. 1901년 뉴욕 야구장에서 미국 슬랭과 밈을 대중화시킨 대표 인물로 평가되는 만화가 태드 도건(Tad Dorgan)은 이 음식을 보고 “Hot dachshund”라고 쓰려다 철자를 몰라 “Hot dog”라고 썼고, 이 표현이 대중화되었다. 밀가루를 씌워 기름에 튀기는 한국식 핫도그와는 다르게 옥수수 가루로 기름에 튀긴 이 음식은 사실상 ‘corndog’로 미국에서는 ‘Korean corn dog’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인의 입에 익숙해진 K-푸드는 단순한 음식 그 이상으로, 한국 문화의 상징이자 정체성을 담은 언어로까지 자리 잡았고, 이제는 영어사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그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과 미리엄-웹스터(Merriam-Webster)에 K-컬처로 인해 등재된 26가지 단어 중, 비빔밥(bibimbap), 불고기(bulgogi), 동치미(dongchimi), 갈비(galbi), 김치(kimchi), 김밥(kimbap), 삼겹살(samgyeopsal), 소주(soju), 막걸리(makgeolli), 떡볶이(tteokbokki), 반찬(banchan), 치맥(chimaek), 잡채(japchae)와 같이 무려 13개가 음식 관련된 단어이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줄임말 중 하나인 legit은 ‘진짜인’이라는 의미로 일상 회사에서 자주 쓰인다. Mira: “Yep, about as legit as I expected.(응, 기대했던 것만큼 진짜네.)” Rumi: “Earthy and herby. Smells legit to me.(허브 향이 고소하고 진짜 같아. (내 코에는) 정말 괜찮아.)” legit은 원래 “legitimate(정당한, 타당한)”의 줄임말로, 심심한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일상회화에서 “레알”, “제대로인”, “진짜 리얼한”, “믿을 만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화려한 액션, 중독성 있는 OST를 100분간 빈틈없이 담아냈다. 식을 줄 모르며 기록을 갱신 중인 이 영화는 한국 시청자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K-팝을 아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글로벌 애니메이션으로 스토리부터 음식, 감정선까지 K-컬처를 세련되게 담아낸 작품이다. ‘진짜(legit), 케데헌 했다!’

4.png 설렁탕을 함께 먹는 장면 (화면 캡쳐)
1.jpg 케이팝 데몬 헌터스 (Netflix 제공)
2.png

라면 먹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조수진 (주)일미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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