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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Sep 13. 2021

요가 입문기 #1-내 몸이 와 이라노?

이렇게 살다가는 저승 문턱 밟는 것이 먼 일이 아니겠구나 싶어 시작한 요가 수업의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 2021.09.13 요가 1일 차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등록과 동시에 수업을 들어갔다.  요가의 요자도 모르지만 원래 뭣 모를 때 겁 없이 덤벼야 하는 법.

막상 프로의 향기가 폴폴 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려니 주눅이 들어  줄 구석에 자리 잡았지만 시작이 반이랬다.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외쳐주고  선생님의 시범과 다른 사람들을 눈으로 부지런히 좇으며 동작 하나하나 따라 하는데 ... 이것 참 난감하다.



첫 번째 난관 - 마음을 비우라는데 잡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댕~ 댕~ 대앵~~~ 놋그릇처럼 생긴 것을 두드리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세요."  하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내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일도 없었겠지.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온갖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 옆 자리 아가씨도 어색해 보이는데 얼마나 다녔을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예쁘게 입고 요가하고 싶다. 끝나고 가서 점심 뭐 먹지? 저번 주에는 외식을 너무 많이 했어. 내 자세가 지금 제대로 된 건가. 왜 선생님은 나를 따로 봐주지 않고 내버려 둘까. 아 이제 그만 생각하고 싶다. 나는 지금 우주의 먼지다. 나는 생각이 없다. 그런데 먼지도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풀이나 돌멩이가 생각하지 못한다는  증명된  아니잖아. 맞다. 꽃집 국화가 이쁘던데 얼만지 물어볼까.

상념의 바다에서 정신없이 유영하고 있자니 또다시 들려오는 댕~댕~대애앵 ~ 명상이 끝나버렸다.



두 번째 난관 - 숨 쉬는 게 어렵다.


선생님이 또 말씀하시길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갈비뼈의 공간과 움직임을 느껴 보란다. 갈비뼈는 둘째치고 숨 쉬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싶다. 내 호흡을 의식하기 시작하자 호흡이 꼬인다. 갑자기 숨이 찬다. 숨을 어떻게 쉬는 건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가만히 앉아 있었을 뿐인데 등산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헉헉대게 된다.



세 번째 난관 - 몸뚱이가 삐그덕 댄다.


명상과 호흡이 끝나자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이니 당연히 따라 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건 각오한 바다.  그래도 이건 해도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엎드려서 눈을 감아주세요. 왼 팔을 옆으로 수평이 되게 뻗으시고 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세워서...숨을 천천히 쉬면서...이제 왼쪽 다리도 세워보세요. 그 상태로 새끼발가락부터...

네?? 선생님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결국 혼자 눈을 번쩍 뜨고 선생님이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에 어찌어찌 따라는 했는데. 이게 아닌 것을 너무 잘 알겠는 게, 분명히 릴랙스 하는 동작이라고 했는데 나는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이 자세로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곤란해하고 있자니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자, 팔을 이렇게 뻗으시고요 고개는 반대로 돌리세요.  몸통을 요렇게 돌리신 다음에요... 허벅지를 최대한 바깥쪽으로 늘려서... 힘들면 폼블럭을 활용하시면 돼요. 어떠세요, 이제 좀 괜찮으시죠?

아니요 선생님. 전혀 괜찮지 않아요. 어깨가 너무 아픈데 이게 정상인가요?

"네에.."

소심한 나는 하고 싶은 말을 꿀떡 삼키고 거짓말을 한다. 다음엔 좀 더 낫겠지 위안하면서.




길고 험난했던 요가 첫 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언젠가 나의 실력이 일취월장해져서 그때는 이 글을 읽어보며 '그래. 이랬던 때도 있었지.'하며 웃을 수 있기를 부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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