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분명 괜찮았다. 많이 가렵지도 않았고 밤에 잠도 잘 잤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럴까? 먹는걸 막 먹었나? 운동해서 그런가? 아니면 스트레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손처럼 머리는 어지럽게 원인을 찾아 헤맨다.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해 민정이에게 카톡을 보낸다.
"민정아 혹시 운동하는 게 안 좋나?"
“근데 잠시만 그렇지 계속 그렇지는 않을 텐데?"
“그래? 뭐 때문에 이러는지 모르겠어... 알아야 뭘 할 텐데..."
“흠... 비 와서 그런가?"
그제야 창가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린다. 비인가? 그러고 보니 비 오는 날에 유난히 힘들었던 거 같다.
“우리는 날이 추워도 안 되고 비가 와도 안 되고 햇볕이 강해도 안돼. ”
“음? 그럼 좋을 날이 없는데?”
“그러니까 힘든 거지...”
문득 우리와 닮은 생명체가 머릿속을 스쳐간다.
“그럼 우리 개복치네.. 앞으로 우리 인사는 이렇게 하자 '안녕 개복치야 면역력은 안녕하니?'”
개복치에 대하여...
이 등치만 커라단 바다생물은 너무나 쉽게 죽는 물고기다. 한동안 개복치 키우기라는 게임이 유행했을 정도로 쉽게 죽는다. 스트레스를 조금만 줘도 죽고, 광합성하다 죽는.. 이른바 건강적으로 모지리라고 할 수 있다. (생기기도 못생겼다.)
아마도 나는 처음부터 개복치인건 아닌였던듯하다.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면 어렸을 때,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돌봐줘야 할 정도로 에너자이저였다고 하니 말이다. 그럼 나의 이 개복치 몸뚱이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평소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7년 전 중학생 때의 그날은 생생히 기억난다. 유난히 피부로 고생했던 그때, 평소와 같이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듣던 그때 머리에서 무언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뭐지 싶어 훑어본 손에 묻은 건 짓물이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피부병과의 악연이..
사실 나는 피부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점점 초등학교 중학교가 되면서 나아졌고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저 너무 단거 먹지 않기, 밀가루 많이 먹지 않기, 건강하게 먹기라는 식습관이 머릿속에 박혔고 원래 건강식을 선호하기도 했기에 군것질을 참는 것 빼면 그렇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뾰루지 같은 것에서 각질로, 각질에서 짓물로 바뀌었을 때 이 병은 나의 하루하루를 차지해 갔다...
이 이야기는 아토피와 지루성 두피염으로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 개복치로 살아가는 나의 생존기(?)이다. 거친 바다에서 오늘도 열심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개복치들에게 작은 공감과 웃음이 되기를 바라며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