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쯤은 예민한 부분이 있다.
고등학교 하굣길 친구와 함께 담벼락을 지나던 일이 생각난다. 나는 몸이 외부 환경에 예민해서 조심해야 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 예민하고 연약한 이미지 괜찮은데? 나는 너무 둔해서 별로야'
그냥 흘러가는 말이었다.
‘너는 어떻게 내 앞에서 그렇게 할 수 있어?'
라는 말이 목 위까지 올라왔지만 그래봤자 이해하지 못할 말이기에 눌렀다. 어떤 의미에서 그 말을 했는지 이해도 갔지만 그래도 마냥 쉽게 넘기기는 어려운 마음이었다.
현재 나는 7년 만에 피부병이 발병하였다. 7년 전 아무 준비도 없이 해일처럼 덮쳤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징조를 느끼며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예전의 모습이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미리 주변에 이야기를 하며 다녔다. 요즘 조금 조심하는 중이라고…
피부는 엄청 심해지기 전까지 밖으로 티가 안 났다. 안으로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 크게 티가 안남으로 그저 미용과 피부에 예민스러운 사람으로 비친다. 그게 미리 얘기하는 이유다. 그러나 나에게는 큰 일일 지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나는 여전히 유난스러운 사람일 뿐이다.
‘그게 그렇게 힘들어요?'
피부 때문에 고생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네 밤에 잠도 못 자고 일어나면 손에 피가 묻어있고 너무 간지럽고 간지럽다 못해 쓰라리는데 안 긁을 수가 없어요. 가만히 나두어도 진물 이 나고 갈라지고 각질이 떨어지고 그래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참고 또 참는 수밖에 없어요'
악의 없이 던지는 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향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순화해서 최대한의 이해를 바라며 설명하는 수밖에…
피부병은 생각보다 자존감을 많이 떨어트린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부터 일단 보기 싫게 만들며 간지러움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긁고 있는 행동까지,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없다. 그럼에도 피부병이 발병한 뒤로 가장 상처받을 때는 이런 외양적인 모습을 스스로 자각했을 때가 아니다.
가장 상처받을 때는 바로 나의 연약함을 느꼈을 때이다. 정말 사소한 말, 나도 했었을 그냥 가벼운 말이 흘러가지 못하고 나를 훑고 지나갔을 때서야 내가 많이 지쳤다는 것을 느낀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질 못할 고통에 나는 왜 이다지도 깊게 이해해야 하는지 억울하기도 하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나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디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씩은 서로 이해하지 못할 고통 하나는 가지고 살아가는 걸까?
사람은 모두 다른 경험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정말 별거 아닌 방법으로, 그렇다고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예민도가 가장 높은 현재의 나조차도 그럴 자신이 없다. 내가 겪지 않은 일은 존재조차 모름으로, 모름으로 생기는 상처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에 나도 악의 없이 남을 휘갈길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조심할 수는 있겠다. 그리고 그들의 예민함을 존중하도록 하자, 그들이 예민함을 보였을 때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나가 주자.
당신도 당신의 예민함이 있을지 모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