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평온했던 일상
이걸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 나의 생활을.. 그래 이건 투쟁이다. 누가 살아남느냐의 목숨을 건 투쟁. 과거 나의 대승리로 이겼다고 생각한 피부병이라는 적이 다시 7년 만에 살아났다. 좀비 같은 부활이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7년 동안의 휴전에 감사하다.
진물이 나기 시작하자 바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건 전쟁의 시작이야. 이제는 케어에서 치료를 받으러 갈 시기가 되었다. 나의 손을 떠난 일이었다.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결과 피부병에서의 전문가는 앵무새와 같다.
‘면연력을 올려야 해요. 스트레스받지 마시고요, 잘 먹고 잘 쉬어야 해요. ’
백이면 백 모두 하는 말이지만 무의미한 이야기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니… 내가 죽으면 할 수 있는 일을 살아있는 나에게 시킨다.
'스트레스받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는데요?'
과거의 일을 발판 삼아 이번에는 한의원으로 곧장 찾아갔다. 양방치료는 누르는 치료다. 어렸을 때는 그것도 모르고 6개월간 약을 먹고 바르며 위는 위대로 버리고 피부는 다른 곳으로 댐이 터지듯 퍼졌다. 한마디로 양방치료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더 나빠지기만 했고 나는 동네 한의원을 다니며 비로소 나았다.
사실 왜 호전되었는지는 모른다. 그 누가 알까? 왜 발병했는지 이유를 모르는 것처럼. 면역력이라는 유니콘과 같은 존재의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나의 병명은 아토피와 지루성 피부염이다. 분명한 원인을 알 수 없고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둔다. 완치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는 완치라고 생각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부활한 이유다.
전장에서는 우선순위가 바뀐다. 일상에서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일상을 되찾기 위해 싸운다. 그것이 전쟁이 씁쓸하고도 승리가 절실한 이유일 것이다.
또헌, 기습은 전쟁에서 위험하다. 특히 밤에 더 그렇다.피부병도 마찬가지다. 무의식에서 찾아오는 기습은 도저히 막기 힘들다. 무의식에서 치러지는 전투는 백전백패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함정을 설치하고 적들의 발을 묶어두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신비해서 아무리 갖은 수를 다 쓰더라도 긁고자 하면 못 긁을 것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밤이 어렵다.
평온했던 일상이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매일이 급박하다. 예기치 못한 공격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들이 다녀간 자리는 아군들의 상처와 황폐해진 전장으로 메말라간다. 면역력이라는 최전선의 방어벽이 꿇린 뒤로 적들은 수시로 끊임없이 우리 진지에 쳐들어온다. 준비해 좋은 몇 가지 전술이 있지만 이 전술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다. 전장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목숨을 잃는 일과 같음으로…
모두 어떤 전쟁을 치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전쟁에서 승리하고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절실히 바라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