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수 Sep 20. 2022

영웅의 손자, 반항의 씨앗

(1)프롤로그: 테오도로스 2세 라스카리스(동로마)

니케아 제국은 1204년 4차 십자군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당하자, 비잔티움의 황족들이 세운 망명 정부 중 하나입니다(그 외 트레비존드, 이피로스 등이 있죠). 테오도로스 1세가 니케아에 망명 정부를 세웠고, 미하일 8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수복하면서, 학계에서는 니케아 제국을 정통 정부로 인정합니다(미하일이 어린 요안니스 4세의 눈을 뽑고 무단으로 찬탈하면서 니케아 제국을 지방 정권으로 격하시키긴 했지만요). 이번 편에서 다룰 테오도로스 2세(1221 or 1222 - 1258)는 니케아의 영웅 테오도로스 1세의 외손자이자, 니케아 제국의 3대 황제입니다. 


테오도로스 2세는 1221년(or 1222년) 요안니스 3세 바타치스와 테오도로스 1세의 딸 이리니 라스카리나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요안니스 3세는 시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달걀 농사를 지어서 황실의 국고를 채우고 왕관을 살 정도로 검소했습니다. 테오도로스는 아버지에게 시민의 부유함이 황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귀에 닳도록 훈계를 들었습니다. 또한 니키포로스 블렘미데스, 게오르기오스 아크로폴리스 같은 저명한 학자들 밑에서 신학, 역사, 철학 등의 교육을 받은 테오도로스는 황실의 대필자의 도움 없이 직접 논문을 쓸 정도로 학식이 있는 군주였습니다.


하지만 테오도로스에게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에게 성품과 학식을 물려주면서, 간질이라는 질병도 같이 물려줬습니다. 평생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테오도로스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측근들에게 강력하고 무자비하게 대했습니다. 그는 황실의 고위 관리들을 해임하고 게오르기오스 무잘론 같은 천한 신분의 인물을 가까이했습니다. 특히 한창 떠오르던 제국군 총사령관 미하일 팔레올로고스를 무척 싫어해 역모 혐의를 뒤집어씌울 정도였지요. 없던 역심이 생긴 건지, 원래 역심이 있었는데 숨겼던 건지 모르겠지만, 테오도로스가 병으로 36의 나이에 죽자 어린 아들 요안니스 4세가 황제가 됐고, 미하일은 요안니스의 눈을 뽑고 폐위시킵니다. 


테오도로스 2세의 일대기를 보면 알겠지만, 니케아의 영웅 테오도로스 1세, 달걀 왕관 요안니스 3세, 어린 나이에 눈이 뽑힌 요안니스 4세, 콘스탄티노플을 수복한 미하일 8세에 비하면, 테오도로스 2세는 개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그는 영웅의 외손자, 성군의 아들, 비운의 소년 군주의 아버지, 미하일에게 반항의 씨앗을 뿌린 군주로 불릴 뿐이었지요. 사실 테오도로스 2세는 후대의 비잔틴 황제 마누일 2세 팔레올로고스와 맞먹는 학자 군주로서 수많은 글을 집필했고, 이는 비잔틴 제국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테오도로스는 죽기 1년 전, 스승에게 '미래 세대의 심판에 맡길 것'이라고 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편지에서 그는 '왕위를 물려받은 자는 필연적으로 책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질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우습게 볼까 봐 평생 귀족들을 강력하게 견제했고 그로 인해 남몰래 회한과 외로움, 슬픔을 느껴야 했던 테오도로스 2세의 일대기를 파헤치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리나입니다. 오랜만에 비잔티움 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 (이렇게 본진으로..ㅎㅎㅎ)

비잔티움 여인들의 일대기를 번역하기 전에 쉬어가는 타임으로 황제들의 일대기를 다뤄보고자 해요. 오랜만에 글쓰는 거라 서툴지만....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