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속에서도, 나는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노트 한쪽에 적혀 있던 문장을 다시 읽다
피식, 웃음이 났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몰두 : 피크닉 / 오토바이 타기
너는 늘 자기 통제를 잘해. 난 그걸 알고 있어.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 지금은 아주 잠시일 뿐이야.
감정적 번아웃이라 부르기엔 애매했지만
지칠 대로 지쳐 그만 넉다운 되어버린 몇 주.
그러다 겨우 숨 쉴 틈이 생기자
또다시 꿈틀거리며 하루를 붙잡던 날의 기록이었다.
나는 늘
삶을 너무 별생각 없이,
너무 편안하게만 사는 건 아닐까
종종 나 자신에게 묻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트레스 없이 살아왔다고 믿었던 이 삶에
왜 자꾸 이런 식으로 브레이크가 걸릴까.
마치 퓨즈가 나가버린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들이 반복됐다.
사람들은 말한다.
“너 자신을 좀 돌봐.”
하지만 내겐
산책도 있고, 운동도 있고, 독서도 있고
맛있는 걸 먹으며 기뻐하는 법도 있고
예쁜 꽃을 사다 꽂고, 선물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하고
수영장에서 둥둥 떠다니는 방법도 있었다.
행복해지는 법이라면
양손을 다 접어도 모자랄 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나를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도
왜 내 몸은 내 말을 듣지 않을까.
왜 사람들은 내 마음을 몰라줄까.
나는 늘 그게 서운했다.
가끔은
몸과 머리가 서로 다른 편을 먹은 것처럼
자꾸만 방해하고, 못살게 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또 서운했다.
그러다 문득
지난 메모장에서
‘몰두’라는 말과 ‘통제’라는 말이 눈에 걸렸다.
기운이 없어
일주일 넘게 앓아눕고
겨우 일어나 적어놓은 문장이
“그만 쉬고 다시 몰두해.”
“너 자신을 이전처럼 통제해.”
라는 조용한 명령처럼 느껴졌다.
오토바이 드라이브도, 피크닉도
어쩐지 조건부였다.
이거 해줄 테니
이제 그만 아파야 해.
즐거워해야만 해.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치고는
조금 협박처럼 들렸다.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나는 낯설어졌다.
내 머리가 이렇게까지
압제적이고 엄격했다니.
몸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그러니 이렇게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시위도 아닌
파업을 해버린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