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건 실패가 아니라, 돌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잘 짜놓은 계획표처럼
순리대로 걸어온 길은
고개를 돌리는 대로
방향에 맞게 뻗어나갔다
원만하고 평탄한 그 길에서
숨은 가쁜 법을 몰랐고
자신만만한 박자로
늘 앞으로만 나아갔다
누군가 질투라도 했을까
마치 표지판을 바꿔놓은 듯
호기심에 내디딘 한 발은
자꾸만 구불거리는 길로 이끌었다
흙과 어둠, 날 선 돌들
어린 발은 이유도 모른 채
자꾸만 상처를 냈다
발이 아파 주저앉은 자리에서
아이는 움켜쥔 돌과 가지로
제 다리에 화풀이를 했다가
끝내 엉엉 울어버렸다
손톱 사이는 거뭇해지고
상처 난 발은 말을 잃었지만
어느새
눈물은 더 나오지 않았다
떨어지는 해가 만든 고요 속에서
아픔은 더 선명해졌고
가만히 되돌아본 발자국 위에서
아이는
자기가 시작한 아픔을 헤아린다
웅크린 몸에
조심스레 힘을 모은다
새로운 해가 얼굴을 데우기 전
두 눈에 빛을 담은 아이는
첫 발자국의 방향을 더듬어
원래의 길을 찾아 나선다
발끝마다 붉은 기가 고였지만
더 붉게 다물린 입술은
그 어떤 것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