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아야만 했다. 그래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
한낮의 열기, 썽태우의 진동, 성조가 섞인 목소리들.
모든 감각이 동시에 울리고, 겹쳐지고, 뒤엉켰다.
내 마음은, 그 속에서 천천히 긴장으로 굳어갔다.
아침 7시
서너 시간쯤 잤을 뿐인데,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오랜만에 푹 잔 기분이었다.
그래, 시작이 반이랬다.
이제 앞으로 다 잘될 거란 나름 호기로운 다짐을 외치며
전날 체크인 하며 신청해 둔 공항 환송 서비스를 위해
로비에 앉아 기다리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소식이 없다.
주위를 살피다 프런트 직원에게 물으니
기다리라는 퉁명스러운 말 뿐이었다.
이것이 아마도 내가 가졌던
태국에 대한 첫인상이었던 것 같다.
더위와 습도, 스산한 밤거리, 개떼들,
자꾸만 낭비되는 시간,
그리고 친절한 듯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
나와는 결코 친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유쾌하지 않은 느낌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인지 파타야에 가기 위해
공항으로 돌아가는 벤 안에서도,
파타야 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불쾌함으로 잔뜩 긴장이 되어 있던 나는
마치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팡! 하고 터질 것처럼
자꾸만 불만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동남아는 좀 꺼렸던 거지….”라는
아주 고약한 말을 마음에 품고서.
그 마음에 불을 끼얹듯
도착해 내린 파타야 버스 터미널에는
수많은 호객 택시, 썽태우 기사들이 즐비했는데,
마치 정신 못 차리면 물려 뜯을 것 같은 기세로
달려드는 듯해서 순간 아찔함까지 들었다.
평소 음악도 가장 작은 볼륨에서 하나, 둘 정도로 듣던 터라
손님을 태우려는 열망이 묻어난 귀를 때리는 성조가 섞인 말투는
모든 이가 귀에다 대고 나팔을 부는 듯
머릿속까지 웅웅 울릴 지경이었다.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잡아탔는데,
200밧을 내야 갈 수 있다던 내 숙소는
택시로 고작 1,2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그것이 엄청난 바가지였다는 것을 알자마자
나의 불만감은 터지기 직전까지 차올랐다.
그래서 체크인하는 리셉션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선
여기저기 의심의 눈으로 뜯어보고 있었다.
방 문을 열어주는 직원에게는
감정 없는 인사와 팁을 건네며 말없이
‘이제 나가주세요 ‘라는 눈빛을 보냈고
“이 정도면 오늘 잘 버텼다.”하며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여권과 함께 내 마음도
방 안의 금고에 넣어 꼭 닫아버렸다.
마치, 마음의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고는
이 여행이 절대로 좋아지지 않을 거라 단단히 마음먹은 사람처럼.
하지만,
그 리조트는 내가 10년을 사랑한 리조트가 되었다.
지난달, 다시 찾은 파타야에서
리조트가 허물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보며
너무 속상해했을 만큼.
그 숙소에 머무르지 못하더라도 파타야에 가면
꼭 그 앞을 지나가거나
식사 한 끼는 꼭 그곳에서 해야 할 만큼.
어떻게 내 마음의 비밀번호를 눌렀을까?
무엇이 내 마음을 이토록 바꾸어 놓았을까?
이제, 그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