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포기하지 않고 덤비기》

”낯설고 거북했던 것도, 포기하지 않으면 사랑이 된다. “

by 사막의 소금




10년 전 처음 두리안 냄새를 맡았을 때가 기억난다.

두리안이라는 과일의 이름을 들어는 봤어도 관심을 가져본 적도, 맛을 추측해 본 적도 없었지만 역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 과일의 제왕이라 불릴 만큼 맛있다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과일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


내가 처음 태국 여행을 했던 것은 5월 말, 두리안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또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이기도 하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마트에 들어가 이제 좀 살 것 같다 하며 에너지를 채우고 있을 즈음 어디선가 썩은 내가 진동했다.


처음에는 생선이나 고기가 썩은 건가? 아니면 말로만 듣던 암내라는 건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어디에도 수상한 낌새는 없었다.


유독 후각이 예민한 나는, 이후에도 여러 번 같은 종류의 냄새를 곳곳에서 맡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체불명의 냄새, 하지만 아주 고약한 냄새


그 냄새의 원인을 파악하게 된 것은, 후웨이쾅에 있는 야시장에 들렀을 때였다. 온갖 먹거리와 과일들을 한데 모아놓은 아기자기한 야시장이 있는 후웨이쾅의 거리를 걷던 중 그 냄새를 적나라하게 마주한 것이다. 팩에 하나하나 포장이 되어 100밧을 넘기던 비싼 과일,

그 이름이 바로 두리안이었다.


먹거리를 더 먹음직하게 보여주는 전등 아래에서도 왠지 그 과일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포장된 팩들이 줄 선 사람들에 의해 하나 둘 사라질 때에도 그저 나는 코를 막고 그들을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흥미롭고다시는 태국이란 나라에 오게 될 것 같지는 않으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자며 다음날 다시 야시장을 찾아 나도 한 팩 구매해 보았다.


팩을 뜯으니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먼저 반긴다. 이걸 입으로 가져가야 한다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어려서 적어놓은 버킷리스트에 ‘취두부’도 올린 나이니, 두리안 정도는 도전해봐야지 싶어서 용기를 내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았다.

썩은 과일을 비싸게 주고 산 것 같은 억울한 맛이었다. 차마 그대로 넘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뱉어서 모두 쓰레기통에 넣었다. 단지 입에 넣기만 했을 뿐, 삼키지도 않았는데 내 입에서는 한여름의 시궁창 같은 냄새가 났다


모험심이 가득한 나에게 이 실패는 뭔가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그래서 처음엔 태국 여행 자체가 실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의 실망스러운 예상과는 달리 나는 이후 매년 태국을 찾게 되었고, 갈 때마다 두리안을 도전했다.


여행 전엔 두리안 아이스크림과 스무디로 미리 훈련하기도 했다. 여전히 냄새는 고약했지만, 이번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도전한 4년 차 즈음이었을까,

다시 찾은 야시장에서 먹음직한 길거리 음식들을 둘러보는데 코끝에서 두리안 냄새가 쓱하고 지나갔다.

그때 갑자기 꼴깍, 하고 넘어가는 침 넘김.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제, 준비되었구나 “


그 길로 달려가 두리안을 사서 먹어보았다. 3 덩이가 들어서 300밧 가까이 되는 큰 팩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홀린 듯 그 팩을 다 먹었다.

아니, 먹어치웠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심지어 그 여행 중에는 트럭 위에 두리안을 산처럼 쌓아놓고선 킬로당 100밧이라고 외치던 아주머니가 있었다. 친구와 나는 맥주, 치킨까지 곁들여 길가에서

4킬로가 넘는 두리안을 해치웠다.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다 보니 어느새 빈 봉지만 남았다. 밤새 뱃속이 뜨거웠고 연거푸 트림까지 나왔지만, 그 맛은 지금도 그립다.


이후로 나는, 두리안을 사랑하게 되었다.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두리안”이라 답하게 되었고, 그 말에 태국인들은 으레 깜짝 놀라며 웃는다. 아마 두리안을 사랑하는 외국인은 이 나라 전체를 받아들인 사람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낯선 역함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사랑이 된다. 물론 시간도 과정도 필요했지만 처음엔 견딜 수 없던 것들이, 결국은 나를 이곳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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