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처음의 밤, 익숙해진 낯선 길 위에서》

낯선 길에서, 마음이 얼어붙은 밤

by 사막의 소금


“그 밤, 나를 가장 긴장시킨 건
어둠도, 언어도 아닌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감각’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방콕은 숨이 턱 막히는 사우나처럼 나를 감쌌다.

기내의 냉기를 대비해 입은 긴팔과 긴바지는, 착륙과 동시에 원망스러워졌다.

한밤중의 태국은 이렇게 후끈하고, 낯설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피로는 극에 달해 있었지만

내게 남은 가장 큰 관문은 ‘그 시간에 숙소까지 무사히 가는 일’이었다.

출발 직전, 겨우 찾아낸 공항 근처의 작은 리조트는

무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다행히 도착 게이트에서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든 아저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작은 벤을 타고 어두운 도로 위를 달릴 때,

문득 지나간 무서운 뉴스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가로등은 드물게 켜져 있었고,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 갑자기 나타난 편의점과 그 앞을 어슬렁거리는 개떼들.

운전석의 아저씨는 내게 이것저것 묻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가 도로보다 대화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져

나는 점점 긴장해졌다.


20여 분쯤 지나 도착한 숙소는

원화로 단돈 3~4만 원대의 소박한 리조트였다.

늦은 밤이라 모든 것이 조용했고,

눅눅한 침대 위에서 나는 아무 기억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것이 태국에 도착한 첫날밤의 이야기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날이 생생하다.

아마도 그것은 그날,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느낀

경계심, 불안감, 그리고 조용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가끔은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야심한 시각, 한적한 도로, 그 길의 공기가

아직도 어쩐지 스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유심 하나 없이,

나를 지켜줄 것 없는 상태로 그 길에 서 있었고,

그 불안함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친구들이 태국에 놀러 오거나

잠시 본국에 다녀오는 길이라면, 꼭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

몇 번을 반복해도 낯설게 느껴지는 그 길을,

어쩐지 나는 누구보다 익숙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험이라는 건

나 자신을 이해하게 하고,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해에서 비롯된 친절과 배려는,

억지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본 이의 불안함과 간절함,

그리고 처절한 외로움까지.


낯선 곳에서 넘어지고, 부딪히며 겪은 시간들은

삶 앞에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이 정도면 괜찮아” 하며

힘을 빼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습기가 느껴지는 창문, 나란히 선 주황불빛. 방콕이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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