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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Apr 11. 2021

30년 후 3살 아기를 다시 만난다면

엄마가 여기 있었다면, 나랑 똑같이 생긴 우리 아기를 얼마나 예뻐해 줬을까.


아기일 때의 나를 다시 만난 느낌일 거잖아.


엄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사실 처음엔 아무도 안 닮은 것 같아 좀 낯설었었는데, 신생아 티를 벗던 무렵, 엄마 육아일기에 있던 나 아기 때 사진을 보고 너무 닮아 깜짝 놀랐어.


아빠는 왜 몰랐어? 하니 너무 옛날이라 기억이 잘 안 났대. 엄마라면 분명 심쿵이를 보자마자 말해줬겠지. 신나서 호들갑을 떨면서 사진들을 잔뜩 보내오고 심쿵이를 볼 때마다 너랑 똑!같이 생겼다며 좋아했을 거야.




심쿵이는 점점   무렵의  같아져. 심쿵이랑 놀다가 언뜻언뜻 손바닥만  사진   얼굴  표정을 발견할 때면,  순간의 내가


심쿵이랑 놀고 있는 심쿵이 엄마인 나인 것도 같고,


아기인 나랑 놀고 있는 우리 엄마인 것 같기도 하고.


엄마랑 나랑 심쿵이가 다 하나인가 싶게


순간적으로 아득해져.



30여 년 전의 엄마와 나의 시공간이 겹쳐지면서 같은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는 것 같아 가슴께가 찌릿하기도 하고, 이걸 종알종알 반복해서 얘기할 엄마가 여기에 없어 또 울컥하기도 하고.


엄마한테 심쿵이를 보여주고 싶어 미치겠다가도,

아니야 엄마는 늘 다- 보고 있고 다- 알고 있어,

라고 혼자 되뇌면서 다독여.


그래서 엄마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을 거라고, 내가 언제쯤 알아차리려나, 한참을 기대하면서 기다렸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서.




그리고 나는,

심쿵이가 나랑 닮아서 이상하게 마음이 많이 놓였어.

이건 또 웬 자신감이냐 싶지?ㅋㅋ


심쿵이가 아무도 안 닮은 것 같을 때는 아직 잘 알 수 없는 생명체같이 느껴지고 이 아기가 어떻게 자라날지 감조차 안 잡혀서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심쿵이가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나랑 어느 정도는 비슷한 모습으로 자라지 않겠나, 하는 최소한의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


너무 막연해할 필요 없이 엄마와 내가 지내온 세월처럼 서로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살아가게 되겠구나, 싶어.


물론 심쿵이를 고유의 인격체로 새로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늘 다짐하지만, 그래도 뭔가 위안이 돼.

역시나 나 자체로 더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어.




우리가 마지막에 병원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 나중에 아기를 낳아 키우게 되면, 엄마가 나를 키워낸 그 시간을 고스란히 내가 다시 살면서

엄마가 나를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 했던 경험,

내가 전부 다시 다 함께 하면서 공감해줄게,

엄마 내가 공감해주는 거 제일 좋아하잖아,


라고 했었지.

울음을 안으로 꾹 누르며 최선을 다해 일상의 언어인 양 그 말을 마친 내게 엄마는,


와 그 말을 들으니까 엄마 인생이 두 배로 늘어난 기분이네? 고마워, 했고.




실은 나중에 혼자 아기 키우다 보면 엄마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힘이 들까 봐 지레 겁이 나서,


그건 슬픈 것만은 아니고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해,라고 내가 나에게 미리 선수 치는 마음도 있었어.


엄마 또한 그런 내 마음까지 다 알았기에 웃으면서 저렇게 대답했을 거라는 거.

그런 엄마의 마음까지 알고 있는 나.


우리 모녀 참 징해, 그치.


다행히 그 선언 같은 말을 엄마한테 했던 게

지금 엄마 없이 아기를 키우는 내게 크나큰 위안이 돼.


엄마를 뒤늦게 느끼며 나 홀로 애달파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마음을 공감할 수 있도록 그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거든.


그 말의 무게를 점점 더 느껴, 앞으로 더 더 그렇겠지.심쿵이가 내 어릴 적을 쏙 빼닮기까지 했으니 그 약속을 충분히 더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을지 매 순간 점점 더 잘 알겠어.


나는 심쿵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엄마가 나한테 귀가 닳도록 말해주던 것처럼.




커버 이미지 © BartuLenka,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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