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루이 14세는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French Academy of Sciences)에 왕실 인쇄소에서 사용할 새로운 서체 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로맹 뒤 로이(Romain du Roi), '왕의 로만'으로 불리는 이 글꼴은 2,304개의 모듈로 이루어진 그리드 위에 형태적 정교함과 수학적 아름다움을 지향하여 설계되었으며, 이 글꼴의 개발을 위해 수학자와 과학자, 기술자들이 참여했습니다. 1692년에 의뢰된 86자의 이 글꼴은 1702년에 처음 사용되었고, 1745년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왕의 로만(Romain du Roi)은 그 당시 많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글꼴의 형태적 시도와 특징은 18 세기,
영국인 존 바스커빌(John Baskerville)처럼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글꼴 디자이너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업가였던 바스커빌은 인쇄술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그 당시 많이 사용된 캐슬론(Caslon)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만의 글꼴인 바스커빌(Baskerville)을 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캐슬론(Caslon)에 익숙해져 있었던 그 당시의 영국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을 받았으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바스커빌의 가치를 알게 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 글꼴은 시대 및 장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트랜지셔널의 형태적 특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대, 소문자 O, o의 중심축의 기울기(stress)가 거의 일직선으로 그려짐
2. 세리프의 브래킷(bracketed)이 평평해짐
3. 획 굵기 차이가 뚜렷함
4. 우아하고 정교한 세리프의 표현
5. 곡선의 표현이 매끄럽고 정교함
트랜지셔널 스타일 서체로는 바스커빌(Baskerville), 프루니에(Fournier), 조안나(Joanna), Mrs. Eaves (Baskerville의 아내 Sarah Eaves의 이름을 딴 Baskerville 부흥 작) 등이 있습니다.
이상으로 라틴 글꼴 분류법의 두 번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제목 글자 수 제한 때문에 한동안 포스팅을 연속으로 두 개씩 올릴 예정입니다.
이번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바스커빌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변화를 꿈꾸고 그것에 대해 연구하는 자세를 꼭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많이 쓰이고 자리 잡은 익숙한 글꼴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글꼴을 만든 그를 당시에는 어떻게 바라봤을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서체는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을 들어 봤을 정도로 사랑받는 서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트랜지셔널(Transitional)이라는 한 스타일을 대표하는 서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