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ype n blank Jul 11. 2021

휴머니스트 산스-Humanist Sans

type n latin 07


여러분은 영화 '잡스(Jobs)'를 보셨나요? 저는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명장면은 알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글꼴 Myriad는 오늘 이야기할 Humanist Sans계열의 글꼴입니다.


Humanist Sans

몇 주 전 이야기했던 라틴 세리프 글꼴의 시작, 휴머니스트(Humanist)에 대해 기억하시나요?

오늘 이야기할 휴머니스트 산스는 휴머니스트를 생각하며 보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관련 포스팅 바로가기 > 복스 분류법과 휴머니스트-Humanist)


모더니스트(Modernists)들이 개혁과 변화에 집중하여 기하학적이고 모던한 글꼴의 발전을 이루어 가고 있을 때, 한편에서는 산세리프 글꼴에 손글씨 적 뉘앙스를 담기 위한 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에드워드 존스톤(Edward Johnston)의 존스톤(Johnston/1916년)과 영국의 에릭 길(Eric Gill)의 길 산스(Gill Sans/1928년)는 당시 유행하던 기하학적인 산세리프 글꼴과는 확연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새로운 산세리프 계열인 휴머니스트 산스의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휴머니스트 산스의 형태적 특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초기 세리프 글꼴의 영향을 받은 글자의 비율

> 휴머니스트 세리프 글꼴처럼 글자간 폭 차이가 큼

2. 열려있는 형태의 aperture(공간의 열린 정도)

3. 곡선의 기울기를 따라가는 terminal(획 맺음 형태)의 방향

4. 소문자 a와 g의 형태가 대부분 2단으로 디자인됨

> 산세리프에서 단순화되어 헷갈리기 쉬운 형태들이 구분되어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좋음

5. 세리프 글꼴 형태를 기반으로 디자인되어 세리프 글꼴과 함께 써도 어울리며

   산세리프 형식이지만 본문용(긴 줄)으로 쓰기에 적합함


휴머니스트 산스 스타일 서체로는 존스턴(Johnston), 길 산스(Gill Sans), 옵티마(Optima), 미리아드(Myriad), 푸르티거(Frutiger)등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복스 분류법에 따른 라틴 글꼴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라틴 글꼴 변화의 흐름을 눈치채셨나요?

지금까지의 글들을 되돌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손글씨 형식이 남은 세리프 형식(Humanist, Garald (Garamond + Aldus), Transitional)

2. 손글씨 형식이 많이 사라진 세리프 형식(Didone (Didot + Bondoni), Slab-serif)

3. 세리프 서체의 특징이 남은 산세리프 형식(Grotesque Sans)

4. 기계적이고 단순화된 산세리프 형식(Neo-grotesque Sans, Geometric Sans)

5. 휴머니스트 형태의 산세리프 형식(Humanist Sans)


라틴 글꼴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글꼴은 시대와 함께 흐른다'라는 것이었는데요. 위의 정리된 1~4단계의 글꼴들을 보시면, 초기 손글씨 영향을 많이 받던 글꼴의 형태가 기술과 시대가 발전하면서 점점 더 기계적이고 효율성 있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하던 산세리프 글꼴이 다시 휴머니스트, 즉 인간적인 글꼴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뉴트로에 열광하듯 기계화와 자동화에 지친 사람들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가는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글꼴도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니 그 흐름에 맞춰 휴머니스트 산스가 등장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글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복고풍의 글꼴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저는 이러한 글꼴의 생태계가 마치 '도'에서 '도'로 돌아가는 피아노 건반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과 똑같은 '도'이지만, 한음 더 높아진 '도'이기 때문에 그 모습은 비슷하면서 사뭇 다릅니다.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도 글꼴 역사 공부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입 관련 용어에 대해 궁금하거나, 타입 디자인을 공부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참고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33가지 서체 이야기(세미콜론/김현미),

Joseph Alessio / Making Sense Of Type Classification, Wikipedia,

Konstantin Kirilov, Nikolay Petroussenko / History and Evolution of Typography,

영화 [잡스(Jobs)], Rachel Cooke / Eric Gill: can we separate the artist from the abuser?

인용 문구 - [Walter Whitman - O Me! O Life!]





다음 이야기는 라틴 글꼴 이야기 -Neo-Humanist Sans-입니다.








안녕하세요. type and blank를 통해 type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합니다.

크게 아래와 같은 분류로 이야기할 예정이며, 공백(blank)의 영역은 미지수로 주제에 맞게 변화하고 추가될

예정입니다.

- type n design > 타입 디자인에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

- type n latin > 라틴 관련 이야기

- type n 한글 > 한글 관련 이야기

- type n 단상 > 타입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


type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글에 대해 함께 의논할 이야기가 있는 분들은 주저 없이

댓글 또는 type.n.blank@gmail.com로 메일 보내주세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이전 14화 지오메트릭 산스-Geometric San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