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일자를 점지했다. 2학년 진학 후 아이가 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을 확보하되 복직 첫 달에 소액이라도 월급을 받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후보를 좁힌 뒤 복직에 가장 좋은 요일이 언제인가를 끙끙 고민해 가며 날짜를 골라냈다. 그래서 딱 3월의 중간에 복직하기로 했다.
나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를 반복하며 살고 싶을 정도로 회사에 다니지 않는 생활이 참 좋았다.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없고, 밤잠을 방해하는 업무 생각도 없고, 아이의 병원 진료를 위해 급히 차를 몰고 갈 필요도 없다. 내내 아프던 목을 치료하러 재활병원에 다니고, 십여 년만에 그림을 다시 배우고, 언젠가 바꿔야지 하던 주방 싱크도 교체했다. 동네 도서관, 시장을 자주 드나들고 동네 지리에 밝아졌다. 동네 엄마들도 사귀고 이런저런 맛집이라든지 다양한 가게들도 알게 됐다.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
다만, 단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 이건 곧 복직의 장점이기도 하다. 경제적 자립을 갖출 수 없다는 점. 물론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본가가 몹시 부유하다든지, 재테크를 대단하게 해서 캐시플로우가 계속 쏟아진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잠시간의 전업주부 생활이라는 상황에서 돈벌이의 가치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본다. 미묘하게 돈 쓰기 불편한 이 느낌. 처음부터 전업주부였으면 괜찮았을까? 아이를 낳아 키우고 집안을 건사하는 것도 유의미하고 많은 시간과 체력을 요하는 일인데, 남편의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운운하는 말들은 은근히 이 역할에 대해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나는 회사생활에 비해 주부생활이 훨씬 편안하기 때문에 그냥 넘기긴 한다. 입장을 바꿔서 남편이 휴직하고 내가 회사에 계속 다녔으면 나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을 테니. 하지만 역시 주부의 노고는, 없을 땐 티가 나지만 있을 땐 자연스러운 가정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을 번다는 건 금전적인 숫자 자체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나는 안 벌고 덜 쓰고 싶은 사람이지만 어쨌든 스스로가 보유한 경제력이라는 건 자기 영역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내 몫의 자산이 있어서 거기서 월급처럼 돈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복직해서 내가 돈을 벌면 수입이 늘어나니까 돈을 더 쓸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내 능력 아래 내가 책임지고 내가 원하는 대로' 돈을 쓸 수 있고, 돈을 버는 만큼 가족 간에 차마 입밖에 내지는 못하지만 근저에 존재하는 발언권이라는 게 확보된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가정엔 문제가 없지만 어쨌든 경제력이 있을수록 무슨 상황이든 헤쳐나가기가 용이하고, 만약 남편과 문제가 생기더라도 내게 경제력이 있으면 그게 내 마음을 지탱해 줄 것이다. 돈이 무서워서 문제를 봉합할 필요 없이, 심플하게 문제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겠지.
물론 그런 문제들이 안 생기는 게 더 좋고, 별일 없이 이럭저럭 무난히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어차피 해야 할 복직... 장점에 주목해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남은 휴직기간 중 해치우고 싶은 일은 애매한 가구들 처분, 나의 치과진료, 아이의 안과 및 치과 검진, 여행 정도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경제적 자립에 나서야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