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마지막 해, 남은 열정까지 더하기
보통 여름 방학에는 한국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다.
이번엔 유럽에서 머물며 인턴십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서 발렌시아에 있는 디지털 미디어 회사의 여름 인턴십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스페인 문화도 배우고 관련 경험도 쌓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발렌시아는 스페인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자 해변과 오렌지, 파에야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기본적인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있었다. 인턴십을 시작하기까지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이 기간에 스페인어를 배우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이메일로 보낸 뒤,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인턴십 날짜를 포함한 여러 사항을 조정하였다.
내가 일했던 Summon Press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회사로 저널리즘, 광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들로 팀이 구성되었다. 팀원들의 연령층이 2, 30대라 그런지 대체로 업무 환경과 분위기에서 젊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인턴들을 위한 트레이닝 세션이 정기적으로 열렸고 소셜미디어 마케팅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SEO 테크닉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인턴십을 시작하고 처음 주어진 업무는 회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향상해야 할 부분을 제안하는 일이었다. 트레이닝 세션을 통해 SEO 테크닉 관련 툴 (Google Instant, Google Trends, Google Key words, Google Webmaster) 사용법을 익힌 뒤, 해당 툴을 이용하여 온라인 콘텐츠를 검색엔진에 최적화시키는 일을 주로 했다. 이외에도 맡았던 업무들은 다음과 같다.
구글 애널리틱스를 이용해서 매달 웹사이트 방문자 수 분석하고 성과 평가하기
웹사이트에 올릴 영문 아티클 작성하기
영문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하기
마켓과 경쟁 웹사이트 리서치하기
사람들이 관심 있는 키워드를 조사하고 콘텐츠 아이디어 제안하기
회사 소셜미디어에 올릴 인포그래픽과 페이스북 커버 디자인하기
발렌시아에서 지내는 동안 영국과 다른 스페인 문화를 알아갈 수 있었다. 특히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출근하고 11시 정도에 알무에르쏘(almuerzo: 브런치)를 가지는 부분이 신기했다. 30분 동안 동료들과 함께 밖에 나가 간단한 식사를 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일을 하고 2시 정도에 점심시간을 가진다. 이외에도 피에스타 시간에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5시부터 재오픈하는 모습은 한국과 영국에서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였다.
인턴십을 하는 동안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인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이들은 대학에서 스페인어와 국제무역 또는 비즈니스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있었고 나처럼 여름 방학 동안 인턴십을 하러 온 친구들이었다. 대부분 모국어 말고도 2개 이상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강한 동기를 주었다. 또한, 이들은 본래 살던 곳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일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고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걸 즐겼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느낀 점 중 하나는 많은 영국 사람들이 생각보다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문화에 관심도 없고 배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주 봐왔기에 이런 친구들을 만난 게 행운으로 느껴졌다.
발렌시아에 온 목적 중 하나는 여름휴가를 즐겁게 즐기자는 것도 있었다. 영국에서는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당도 높은 과일을 찾기 어려운데 스페인에서 지내는 동안 맛있는 수박과 오렌지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파에야(Paella)와 타파스(Tapas)를 매일 즐겼고 페스티벌과 클럽, 이벤트를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마음껏 다녔다. 해변가가 가까이 있어서 원하면 언제든지 수영과 일광욕을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영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유학 생활을 했던 나에게 주는 보상과도 같았다.
모든 인턴들은 인턴십 마지막 날에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프레젠테이션 형식과 주제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는데 보통 자신이 맡았던 업무 및 성과, 느낀 점 등을 포함시켰다. 업무 이외에도, 나는 인턴십을 하면서 습득한 부분을 스킬(Skills)과 지식(Knowledge), 심리적인 측면 (Psychological Aspects)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눠서 발표하였다.
스킬 &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SEO 테크닉과 리서치 스킬,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 기본적인 스페인어 실력 등을 넣었고, 온라인 마케팅과 스페인 문화 및 업무 환경에 대한 지식도 포함시켰다. 스페인에 오기 전,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느낌이었다. 함께 일했던 매니저와 동료들은 내가 회사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스페인의 화창한 날씨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 다양한 문화 이벤트들은 정신적으로 재충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했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스페인식 키스로 작별 인사를 했다. 이렇게 3개월간의 Summon Press에서의 인턴십은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