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현명하게 시작하는 노하우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방문하시는 분들이 2가지의 다른 의미로 하는 질문이다.
"붓글씨 먼저 시작하면 되는 거죠?"
어느 정도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이곳저곳 많이 알아보신 분들과 막연히 캘리그라피라는 단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붓글씨여서 당연히 붓으로 쓰는 과정만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다.
전자의 경우 상담받았던 곳이나 SNS에서 찾아본 결과 붓글씨로 시작을 해야 제대로 된 캘리그라피를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다. 마음속으로 나름의 기준선을 정하고 오신 분들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매우 비장하다. ‘붓글씨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고 정복해야 캘리그라피를 직업으로 할 수 있지.’라는 각오를 하고 오신 분들이다. 그렇기에 비장한 마음으로 방문하신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후자의 경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일단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다. 다행히 붓을 잡게 되었을 때 의외로 잘 맞아서 푹 빠져 찐이 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런 분들은 정말 희박하다. 사실은 아직까지 14년 현장에서 강사를 하며 그런 분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본인이 상상했던 과정과 결과물이 아님에 실망하고 그만두시거나 다른 과정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펜 캘리그라피 과정도 있고 영문캘리그라피 클래스도 진행을 하다 보니 다른 수업으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문화센터에서 별다른 상담 없이 바로 붓글씨로 진입할 경우 조용히 결석하며 한 달도 못 채우고 그만두시는 경우가 더 많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일반인들이 캘리그라피에 대한 오해와 시작의 오류를 최소화했으면 하는 마음에 글로 남겨본다.
붓글씨에 대한 로망이나 뚜렷한 목적이 있지 않다면 굳이 붓글씨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해야 할 이유는 없다. 본인의 필요에 의한 수업을 받으면 돤다. 본캐가 있고 취미로 드라마 대사나 노래가사, 책 속의 한 줄 또는 명언 같은 글귀를 멋지게 써서 선물도 하고 쓰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접근성이 편한 캘리그라피를 배우면 된다. 아이들과 예쁜 글씨를 쓰며 악필교정도 하고 엽서 같은 소품을 만들고 싶다면 악필교정이 가능한 캘리그라피 클래스를 찾으면 된다.
붓글씨가 기본이다. 붓글씨 먼저 시작해야 제대로 배우는 것이고 다른 서체들을 배우는데 쉽다는 등의 이야기는 모두 근거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도구로 쓰든 선에 집중하고 선이 만드는 공간을 이해하며 연습시간을 쌓아가면 무엇으로 배우든 즐길 수 있고 잘 쓸 수 있게 된다. 어떤 서체든 처음 시작하는 것들은 모두 어렵고 낯설다. 그렇다면 내가 진짜 쓰고 싶은 스타일의 글씨를 배우는 것이 어렵고 낯선 마음을 설렘으로 바꿔 줄 힘이 된다.
캘리그라피에 우선순위는 없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1순위다. 다만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에게 시작하든 진짜 내가 쓰고 싶은 글씨가 무엇인지, 캘리그라피를 배워서 뭘 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하고 시작하길 바란다. '새해도 시작되었고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캘리그라피를 배워야지.'라는 마음으로 일단 집근처에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서 니즈와 상관없이 것이 강사가 준비한 클래스를 선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