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용수 Aug 18. 2024

사람냄새를 찍어 전시하는 사진작가

  

  지역의 역사를 수십 년 기록하고,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누추한 새마을 창고를 청소해서 「장흥마을 문화제 우리, 마을로 간다.」라는 주제로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나 개최할 수 없는 갤러리입니다. 그리고 이런 갤러리를 개최할 수 있는 사진작가도 과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동욱 작가는 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생업을 포기하고 지역의 역사를 담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작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를 담아낼 수 없고, 순간을 기록에 남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시하는 작품은 전문가가 찍은 예술 작품이 아닙니다. 이곳 창고 갤러리에 전시된 사진은 초점이나 구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연출될 수도 없는 사진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 냄새를 찍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가 모델이고 주인공입니다. 그러기에 갤러리 장소는 참새떼들의 집입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집으로 사용한 창고를 갤러리로 사용하다 보니 참새떼들이 앙칼지게 반항합니다. 때 거지로 몰려와 울고불고 난리입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갤러리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거창한 평론가가 평론한 글도 없습니다. 유명하다는 작가의 작품 한 점 없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등 굽고 주름살투성인 이곳 마을 사람들과 인근 마을 사람들입니다. 


  전시된 사진마다 사연 없는 삶은 없습니다. 허리 굽은 아짐이 무언가를 찾았나 봅니다. “잉, 여그 있구만, 우리 영감.”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입니까. 자신보다 할아버지를 먼저 찾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순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어떤 할머니는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오메, 이것이 나 구만, 이라고 본께 많이 늙어 부렀네”라고 자백합니다. 그때 옆에서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허리 굽은 아짐이 두런거립니다. “오메, 작년에 돌아가신 집안 아재가 여그 있네.”라고 하면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계십니다. 또 한 분은 이웃집 친구를 보았나 봅니다. “오메, 요양원으로 간 ㅇㅇ댁 이구만, 한 번이라도 다녀가지 한 번도 안오네, 아이고, 살아서 한 번이나 더 볼 수 있을랑가 모르겠네.” 한숨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이상한 갤러리입니다. 허름한 창고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사람 냄새가 가득합니다. 이 허름한 창고에서 일어나는 일상이 진정한 예술입니다.          

이전 01화 자연속의 고요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