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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Dec 15. 2022

겨울의 맛


겨울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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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더 어려지는 2023년이 오고 있다. 아이들은 빨리 나이 먹고 싶어 만 나이가 되는 것을 반기지 않지만 우리는 새해가 와도 더 늙지 않는다는 사실에 반가워한다.

이제 2주 정도 지나면 2022년도 끝나간다니 매번 세월의 속도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어제는 패딩 점퍼의 모자까지 눌러쓰고 머플러며 장갑이며 한파를 막아주는 겨울 아이템을 풀로 장착- 밤마실에 나섰다. 이번 겨울은 얼마큼 춥고 추운 날이 며칠이나 지속되려나.


도쿄 어느 골목의 야키토리 가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자카야에 들어가 “난데 모 이에 데스.” 뭐든지 좋다.라는 메뉴를 주문한다. 차례차례 내어주는 토종닭 구이를 부위별로 맛보며 사진으로 남기고 인스타그램에 올려본다. 즐거운 순간을 포착하여 공유하는 일이 나의 기쁨을 확장시켜주니까 열심히 기쁜 일을 전시해 본다. 만만한 술 메뉴가 없어서 화요와 토닉, 레몬 조각을 시켰다.

레몬을 쭉 짜서 화요볼을 만들어 마시면 레몬향이 가득 퍼져 기운이 난다. 뱃속으로 들어가 화하게 달아오르는 술기운에 몸이 노곤해지고 숯불 향이 가득한 닭구이 조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다. 밖은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찍었는데 안은 따듯한 그래서 더 맛있는 술자리.

겨울은 식도락의 계절이 맞는듯하다. 좋아하는 굴이며 제철 맞은 귤이며 겨울 먹거리는 신선한 향으로 가득. 또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닿으면 박하향을 맡는 느낌으로 싸하게 시리다. 공기까지 겨울의 맛을 내준다. 늦가을 담가 둔 올해의 김장김치가 식탁 위로 등판하기 시작하는 것도 한파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며칠 동안 반찬거리가 여의치 않아 계란찜을 부풀게 만들어 식탁에 올렸다.


계란 여섯 개에 물과 다시액, 소금을 넣고 휘저어 뚜껑을 덮어 약불에 올렸다가 다시 강불로 바꾸고 숟가락으로 빠르게 휘저어 다시 약불로 줄이고 뚜껑을 덮는다.

백반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높게 부풀어 오른 계란찜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다니. 훌륭해!


전날 만들었다가 한 팩 따로 쟁여 두었던 김치찌개를 냄비에 부어 끓이고, 며칠 전 먹고 남은 작은 파스타 조각들로 후다닥 감바스를 만들어 본다. 올리브오일과 마늘 슬라이스, 칵테일 새우와 페퍼 론치노- 약간의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하면 가족들이 다 좋아하는 초간단 감바스가 반찬으로 만들어진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 해먹을 것이 없었는데 이 정도면 너무 알뜰하게 한 상을 차려내니 역시 - 훌륭해! 지난주에는 매생이와 굴로 거대한 양의 매생이 굴국을 끓여 먹었는데 몇 년 전 숙취까지 사납지는 마법의 환상적인 국이었다. 오늘 저녁은 또 어떤 겨울의 별미를 올려볼까.


무엇을 먹어도 겨울이라 더 맛있는 따뜻한 음식들이 있어 살은 다시 오르고 있지만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고 있다. 꽁꽁 언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그런 맛이 있어 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겠지.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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