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으로 시작해 영웅으로 끝나는,<보이후드>

2022년 19번째 영화

by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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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이후드(boyhood)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엘라 콜트레인(메이슨), 에단 호크(아빠), 패트리샤 아퀘트(엄마), 로렐라이 링크레이터(사만다)

줄거리: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와 그의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싱글맘인 ‘올리비아’(패트리샤 아케이트)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인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 가며 친구처럼 놀아 주곤 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게다가 엄마의 일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져 계속해서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을 보내며 점차 성장해가는데…….


22년에 처음 본 것처럼 썼지만 약 3년 전, 이 영화를 본 적 있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애한테 이 영화는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이 영화는 스며들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 순간들이 이 영화 곳곳에 묻어있었고, 지루함이라고 느껴진 것들은 그 자체로 나였다.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고 좋게 기억할 수 있어 기쁘다. 재개봉을 한다면 극장 가서 꼭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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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숙제를 지지리도 안하는 한 소년이 있다. 이름은 메이슨 주니어. 메이슨 주니어는 엄마, 아빠, 누나가 있다. 지금은 엄마와 아빠가 이혼해 엄마와 누나와 살지만! 엄마는 혼자 힘으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으므로 돈은 늘 부족했고, 그런 사정으로 이사도 자주 다녔다. 요번에는 엄마의 대학 편입을 위해 휴스턴으로 이사를 간다.

위에서 아빠와 떨어져 산다고 했지만 아빠와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빠는 가끔 메이슨과 사만다를 찾아와 밥을 사주고 놀아준다. 하지만 남매의 엄마는 그런 것이 거슬리기만 한다. 돈도 벌지 않고 놀러다니기 바쁜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나. 그 주 주말도 메이슨은 엄마, 아빠와 함께 다시 살길 바랐으나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다.


휴스턴으로 이사 와 새 학교를 다니는 올리비아와 남매. 하루는 엄마의 학교를 따라가 엄마 옆에 앉아있는 메이슨. 수업이 끝나고 올리비아는 빌에게 메이슨을 인사시킨다. 그런데 어딘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아니나 다를까 둘은 얼마 안 가 결혼했고, 신혼여행도 다녀온다. 빌에게도 자식이 있었는데, 빌 남매와 메이슨 남매는 거리낌없이 잘 지낸다. 편안해질 것만 같던 생활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빌은 술주정에 가부장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가족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하자, 올리비아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메이슨 남매를 데리고 나온다. 메이슨 남매는 떠나면서 빌 남매의 집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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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난 올리비아와 메이슨 남매는 다른 사람의 집에 살게 되며 차차 생활이 나아지기 시작한다. 올리비아는 대학교수가 되고, 메이슨 남매는 여느 때와 같이 새 학교에 적응하며. 아, 올리비아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결혼을 하게 된 것! 하지만 이 결혼도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집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남편은 빌과 같이 술을 마시며 폭력성을 드러내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결국, 이혼하고 만다. 그즈음, 누나 사만다는 대학에 들어갔고, 친아빠는 재혼을 했다.


고등학생이 된 메이슨은 진학할 학교와 진로를 찾기 시작한다. 메이슨이 잘하는 것은 사진 찍기. 가려는 학교는 누나가 진학한 텍사스대. 전처럼 그냥 하던 사진 찍기가 아닌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고,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메이슨. 메이슨은 그 덕에 사진 콘테스트에서 은상도 받는다. 더불어, 여자친구도 사귀는데 졸업할 때 즈음 오해가 생겨 좋지 않게 헤어진다.

고등학생에서 시간이 더 흘러 대학생이 된 메이슨.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된 메이슨은 이것 저것 짐을 싸며 기숙사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메이슨의 엄마는 울며, 나에게 남은 것은 내 장례식 뿐이라고 소리친다. 그런 엄마를 뒤로 한 채 기숙사로 향하는 메이슨. 메이슨은 좋은 룸메이트들과 친구들과 함께 하이킹을 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이 영화를 봤을 땐 따분하기만 했는데, 졸업할 때가 되니 이 영화가 서글프게 느껴진다. 슬픈데 한편으론 좋은 기분이다. 시간이 가며 내가 고집하고, 심지어는 좋아했던 것들도 소용 없어지고, 부모님의 얼굴에는 세월이 고스란히 남는다. 부모님의 둥지를 떠나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떠날 때가 되니 무섭고 동시에 해방감이 든다. 내가 메이슨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메이슨의 인생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 아니, 지금은 아빠와 엄마, 사만다까지도 공감할 수 있다. 나와 다르지만 같은 누군가의 삶. 많은 시간과 노력을 그려낸 이 영화에 끝없는 찬사를 보낸다. 그만큼 이번 감상이 너무 좋았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이 <보이후드>를 지나치지 않고 꼭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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