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상간녀 절친의 역습

네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by 작가 조바르

수정은 태식을 버렸다.

졸혼 기간 중이었지만 다시는 같이하고 싶지 않아서 40년 지기 절친이었던 나리에게 버렸다.

이제 모든 게 정리가 되어간다고 생각했다. 마음도 평화로웠다. 제주도에서 원나잇을 했던 명훈 씨를 다시 만나면 더하기 빼기 영이어서 안정 수치는 유지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남녀관계는 한쪽이 끝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수정의 등 뒤에 비수를 들고 나타나는 어두운 두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도 서로 다른 두 그림자.

태식의 오피스텔 앞에서 나리가 망설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비밀번호를 안다고 그냥 들어가면 태식 씨가 황당해 할 텐데. 어쩌지? 그렇다고 무작정 밖에서 기다릴 수도 없고. 그래 머리를 쓰자.’


나리는 태식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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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은 나리의 전화번호가 뜨자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았다.


“나리 씨. 지금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네. 저, 오늘 태식 씨한테 중요한 말을 전할 게 있어서요.”

“중요한 말이라고요?”

“네. 어쩜 태식 씨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큰일이에요.”


태식은 불쾌했다. 나리가 자신에게 큰 변화를 줄 상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바람피웠던 것도 모두 알게 되었고 더는 끌려다니고 싶지 않아서였다.


“글쎄요. 수정이가 이미 알고 있어서 제가 나리 씨한테 더 약점 잡힐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나리는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누가 들으면 제가 태식 씨를 협박이라도 한 거로 알겠네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태식 씨가 제 말을 듣지 않으면 크게 후회하실 거예요.”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그만 전화 끊겠습니다.”

“잠깐만요. 오피스텔 비밀번호가 0707이죠?”


태식은 전화를 끊으려다가 멈췄다.


“아니 나리 씨가 그걸 어떻게 아시죠?”


나리는 태식이 자기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제가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퇴근하시면 바로 오피스텔로 오세요. 그럼 모든 걸 말해줄게요. 저 무단 침입 아닙니다. 분명히 태식 씨에게 말했어요.”


태식은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비밀번호는 단 세 사람만 알고 있었다. 태식, 수정, 딸.

‘그럼 수정이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말인가?’ 태식은 수정의 속을 알 수 없었다.


“일단 알았습니다. 퇴근하면 바로 가죠. 대신 집에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손대지 마세요.”

“호호호. 당근이죠. 기다릴게요.”


태식은 나리의 기다린다는 말에 영화 미저리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떠올랐다. 나리의 전화를 끊고 바로 수정에게 전화했다.


띠리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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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태식은 다시 딸에게 전화했다.

띠리리링


“어. 아빠. 웬일?”

“네 엄마가 전화를 안 받는데 무슨 일 있니?”

“아빠, 졸혼했다며? 근데 왜 전화 안 받는다고 물어? 당연히 안 받겠지.”


태식은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리가 태식에게 전화하기 한 시간 전.)

나리가 수정에게 전화했다.


“이제 너하고 통화할 일 없어. 다시는 전화하지마.”


수정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할 말은 해야겠다. 네가 버린 태식 씨 내가 주워서 잘 살 테니까 너도 다시는 태식 씨 전화 받지 마라. 나도 너한테 다시는 전화 안 할게.”


수정은 어이가 없었다.

“그 말 하려고 전화했니? 너도 참 딱하다. 내가 버렸다고 선언했으면 다시는 안 본다는 이야기야. 술집 여자하고 자고 나서 성병이나 옮기고, 마누라 친구랑 바람피우고, 더 말해줄까?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 너, 그걸 확인하고 싶은 거니? 너나 네 남편하고 정리부터 해라. 이쪽저쪽 더러운 짓 하지 말고. 그리고 내가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넌 도저히 안 되겠다. 넌 쓰레기야. 똑같은 쓰레기끼리 잘 해봐라. 너밖에 모르는 네 남편이 불쌍하다. 그런 네 남편 생각하면 딴 놈이랑 그 짓이 되던?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년. 내가 너 같은 년하고 40년 절친이었다는 게 참 한심하다. 다시는 서로 보지 말자. 이런 일로 전화하지도 마.”


수정은 지난번에 하지 못한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속이 후련했다.

나리는 전화를 끊고 나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해.’


나리는 수정과 통화한 내용을 PC로 옮겼다. 수정이가 한 말 중에 ‘내가 버렸다고’부터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까지를 잘라냈다. ‘똑같은 쓰레기끼리 잘 해봐라.’ 부분도 잘라내서 연결했다. 태식이 만남을 거부하면 들려줄 생각이었다.


나리는 ‘태식이 분명히 비밀번호를 알려준 게 수정이라고 생각하고 전화 할 거야!’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수정이가 전화를 받지 않도록 미리 손을 쓴 것이다. 그러면서 태식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까지 자연스럽게 녹음해서 편집까지 했다.

‘녹음 파일은 지금쯤 태식에게 보내는 게 좋겠어. 수정이가 그런 말을 한 걸 알면 더욱 분노하겠지? 그리고 엄청난 일이란 게 뭘까 궁금증이 커지겠지! 내 계획대로 되고 있어.’


나리는 태식이 좋아하는 안주와 술을 준비해놓았다.

마치 호랑이굴을 파놓고 늑대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한 마리 암컷 호랑이처럼.


오피스텔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리는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 태식이 들어왔다. 나리는 태식의 가방을 받으며 손을 이끌었다. 둘은 이미 잠자리를 서너 번 이상은 지낸 사이였다. 술을 먹지 않았다는 것만 빼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그 녹음 파일은 뭐고? 나리 씨가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있고? 큰일이라는 건 뭐고.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태식은 나리를 보자마자 화 반, 황당함 반으로 다그치듯 물었다.


“뭐가 그리 급해요. 이리 앉으세요. 천천히 말해줄게요.”


나리는 유혹의 눈빛을 지긋이 보내며 태식을 식탁으로 앉혔다.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세요. 큰일을 감당하려면 약간의 알코올이 필요할 거예요.”


태식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급하게 마시는 바람에 넘친 맥주 한 방울이 태식의 목을 타고 흘렀다.

나리는 태식의 목을 타고 흐르는 맥주 방울을 손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졸혼 기간이 몇 년이죠?”

“5년.”

“5년 후 이혼하면 재산 분할은요?”

“그런 건 왜 물어봐요?”


태식이 투덜거리며 대답하자 나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래서 큰일을 겪을 거라는 거예요. 생각해봐요. 수정이한테 지금 만나는 남자가 있죠? 그 남자랑 사랑에 빠지면 당신을 버린 마당에 재산 분할을 50대 50으로 할 거 같아요?”


태식은 수정이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졸혼 서약서도 썼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요? 같이 산 날이 얼만데.”


나리는 태식이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자기뿐이라는 듯이 말했다.


“만약에 수정이가 태식 씨를 혼인 파탄 원인 제공자로 이혼소송을 하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이혼소송을 왜 하죠? 가만히 있어도 재산 50%를 나눌 텐데.”

“재산 50%를 준다고 해도 그 재산이 결국 어디로 가겠어요? 여자가 남자에 빠지면 자식도 안 쳐다본다는 말 몰라요? 두 딸한테 재산을 물려 주려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해요. 지난번에 수정이가 원나잇한 영상 있다고 했죠?”

“그게. 있긴 한데…….”


태식은 그 영상만큼은 밖으로 노출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만 있으면 돼요. 우리야 뭐 말로만 인정한 불륜이지만 수정이는 확실한 불륜증거가 있잖아요.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서 재산을 한 푼도 주지 않을 수 있어요.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요. 가만히 있다가 선제공격에 당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먼저 공격할 건지. 지금 당신이 판단하는 결과가 우리 인생에 큰 변화를 줄 거라는 거예요. 지금은 사사로운 정으로 생각할 단계가 아니에요. 철저하게 냉정한 판단을 할 시기라는 거죠.”

태식은 고민에 빠졌다. 그런 태식을 보며 나리는 재촉하듯 물었다.


“태식 씨. 여자는요 한번 돌아서면 다시는 안 봐요. 남자는 괜한 잔정으로 감성에 빠지는데 절대 그러면 안 돼요. 수정이는 온통 그 남자 생각밖에 없어요. 당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고요. 오히려 경멸하며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슨 짓을 먼저 시작할지 몰라요. 제 말 알아듣겠어요?”

“생각해볼게요.”

“정말 답답하시네. 가만히 있으면 20억이 날아간다고요. 수정이가 20억 가지면 그 남자랑 살 건데 그걸 바래요? 자칫 잘못하면 당신이 받을 20억까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래요? 안 그래요?”


나리는 남자의 선택을 강요하는 마법의 단어 ‘그래 안 그래’까지 동원해서 밀어붙였다.

“그래요. 그 동영상으로 소송을 해봅시다. 나를 쓰레기로 취급하고 경멸하는 수정이가 땅을 치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절대 딴 놈이 내 재산을 가로채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태식을 안았다. 마치 아들을 다루듯 등을 토닥여 주며 잘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리가 토닥여 주던 손이 태식의 바지 앞쪽으로 이동했다. 가볍게 쓰다듬어 주자 점점 부풀어 올랐다. 손에 꽉 잡힐 만큼 커지자 힘주어 움켜쥐었다. 태식의 므흣한 신음에 나리는 헉 하며 태식의 입술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혀끝으로 태식의 입속과 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리는 태식을 완전히 자기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태식의 생각과 육체를 지배했다.


나리는 그 순간을 놓칠세라 위에서 혀가 움직이는 동안 아래에서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태식의 바지와 속옷을 내렸다. 그리고 태식의 가슴과 배를 혀로 자극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나리의 혀는 불기둥까지 내려갔다. 뜨겁게 달궈진 불기둥을 혀로 돌려가며 맛을 본 후에 입속으로 넣었다. 태식의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두 손은 나리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태식의 호흡이 빨라졌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짜릿함과 빨라진 심장박동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태식은 나리를 일으켜 세워 허벅지를 번쩍 들어 식탁 위에 올려 눕혔다. 검은 숲을 헤치고 깊은 동굴을 탐험했다. 혀끝으로 전해지는 촉촉함과 나리 특유의 물맛. 나리의 호흡이 가빠지고 “지금.”이라는 소리에 태식은 불기둥을 밀어 넣었다. 절정에서 주고받는 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나리야 넌 내거야. 누구 거라고?”

“태식 씨 꺼. 헉, 헉, 언제까지나.”


둘의 호흡은 백 미터를 전력 질주하고 내쉬는 숨소리보다 더 거칠었다. 절정의 순간 내뿜는 언어는 모든 걸 만족한다는 표현이었다. 태식은 동작을 멈춘 상태로 나리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이지 최고야. 나하고 정말 잘 맞아.”

“우린 정말 속궁합이 잘 맞아요. 오늘도 두 번이나 올라갔어요. 행복해요. 사랑해요. 태식 씨.”


태식은 나리의 사랑한다는 표현이 좋았다. 수정이는 늘 자신을 강간범 수준으로 말했었다. 그런 수정이도 딴 남자와 섹스를 했다. 그것도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다른 모습의 요부가 되어서.


(수정의 집)

우편함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우편물이 있었다.

‘뭐지? 법원에서 나한테 우편물이? 범칙금인가?’

수정은 집으로 가져가서 뜯어 보았다. 내용을 읽어내려가던 수정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뚜껑 열린다는 말로는 너무나 부족한 분노가 머리를 쭈뼛 세웠다.

‘아, 이 쓰레기 같은 인간이. 소송을 해?’


수정이 온몸을 떨고 있는 사이 수정의 핸드폰에 문자가 찍혔다.

‘이혼소송을 하기로 했다. 나한테는 너의 더러운 동영상이 있어. 내가 쓰레기면 넌 시궁창이야. 각오해. 한 푼도 주지 않고 내쫓을 거야. 그동안 보내주던 생활비는 생각지도 마라. 이 순간부터 끊는다.’


수정은 졸혼 서약서를 찾았다. 동영상을 어쩌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됐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금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명훈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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