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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 키노 Apr 27. 2022

2:22AM

chapter 6 흔들리는 삶 속에서 메시지를 받게 된 거야

2018년엔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나에겐 취업난이 들이닥쳤다. 직장이 구해지지 않아 생기는 심적 부담에 돌보지 않은 마음은 까맣게 그을려가고 있었고, 생활패턴은 당연히 엉망이었다. 내가 망가져가는 온갖 망상들로 머릿속에 가득 차 있고, 쓸데없는 유튜브 영상 시청과 PC게임으로 하루를 낭비하고 또 낭비했다. 흔히들 내뱉는 '총체적 난국' 나의 모습이었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극복하려면 겁나 실천해야 해요^^중요한 건 깊은 사색을 통한 철저한 계획인 거 같아요!! 한 시간을 하루같이 써야 한다면 더욱 깊은 사색을 하시길...^^

어느 새벽 2시 22분. 소중한 선배로부터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나름 사색 1등을 자처하지만 실천력이 꽝인 나에게는 여전히 실천의 벽 앞에서 넘어져 다. 개구리 왕눈이는 7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인 나는 일전이기(一)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음속 겁쟁이가 현실과 합리화를 진행 중인 가운데 문자를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씁쓸한 맛이기는 했지만 몸에 좋은 약들은 하나같이 달달한 맛은 없다.


한편 다시 일어서는 것이 어려운 이유엔 문자 속에 답이 있었다. 철저한 계획이 마음에 없었던 것이다. 늦게 일어나고 손에서 유튜브를 놓지 않고 하루 종일 게임하는 것이 계획일 리 없다. 현실에 안주해버린 마음의 악습관이지. 어쩌면 '게으름'이 추진하는 철저한 계획에 놀아난 것이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는 깊은 사색이 엉뚱한 사색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취업을 목표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바꾸어내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로 시작한 사색이 공교롭게도 '오늘은 해낼 수 없겠지'에 도달했다. 오늘 해낼 수 있는 단기적인 목표에 접근하지 못했던 건 '게으름'에 이 '나약함'의 철저한 계획이었던 것 같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리뷰했던 어느 유튜버의 말이 떠올랐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적고, 있는 그대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선배의 격려 문자를 받고 나서 처해있는 현실이 순식간에 바뀌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하루하루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다음 해가 되어서야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이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선배의 메시지를 캡처해놓고 악습관이 흘러나올 기미가 보이면 이따금씩 열어본다. 이미 '게으름'과 '나약함'의 철저한 계획에 당하고 있을 때 열어볼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새벽에 나를 위해 보내주신 몇 줄이 현실이 당장 바뀌지 않아도 작은 다짐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취업하기 위한 계획과 노력을 아예 손 놓지 않을 수 있었고, 한 시간을 하루같이 써보자고 마음먹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작은 격려의 말을 전해드리기도 했다. 선배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인생은 B와 D사이에 C다.
(인생은 태어날 때 birth부터 죽을 때 death까지 선택 choice의 연속이다)
-장 폴 사르트르(1905~1980), 프랑스 사상가, 작가

언젠가 남겼던 글에서 한 번 인용했던 사르트르의 잠언이다. 1분 1초가 나의 선택에 의해서 살아지고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나쁜 습관을 선택하는 것은 심리학을 깊이 공부하기 전까진 여전히 아이러니하다. 지난날의 그러한 삶도 내가 선택한 것이라 생각하니  억울해진다. 내가 선택했다고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 억울함도 잠깐. '게으름'과 '나약함'의 모습으로 살아간 건 이래저래 핑계를 대어도 내가 살아간 인생인 것은 변함이 없다.


선배는 괴로움에 허덕이는 내가 자신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을 하기를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다른 한 편으론  나은 선택을 하려고 그렇게 괴로웠던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나는 무엇이든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 꼭 스스로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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