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종 Jun 24. 2024

1. 프롤로그

30년 명상수행가의 요기라이프 100일 도전기

“선배님 뒤태가 참 예쁘시네. “

“선배님은 요가를 하시잖아.”

“역시 요가를 하니 다르네.”


어느 휴일 오후, 기숙사 2층 복도에서 햇살이 너무 좋아 감상하고 있는데 여자 후배들 두 사람이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내가 요가를 한다고 한 적도 없고, 나에게 묻는 사람도 없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나를 요가하는 사람으로 단정 짓고 있었죠. 떠벌리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아무튼 요가를 하긴 했습니다. 호적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 요가를 명상 전에 몸 풀기 차원에서 하고 있었던 거죠. 명상하는 선배님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몸풀기 수준이라 요가라고 해야 할는지, 스트레칭이라 해야 할는지 조차 불분명한 몸을 푸는 동작을 하고는 있었던 거죠. 당시만 해도 요가의 이론이나 철학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었습니다. 명상하기 전에 몸만 조금 풀면 그만이었죠.  팔도 뻗어 올리고, 허리도 비틀고, 다리도 찢고, 옆구리도 늘리고. 명상을 하려고 앉아 있으려면 몸이 좀 풀려야 좋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근본도 모르고 호적도 모르는 요가를 37년 전부터 하고는 있었지만 최근에 요가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 신비하고 아름답고 멋진 세계를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1만 년의 전통이라고도 하죠. 역사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오랜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요가의 세계에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선배 요기들이 의문하고, 실험하고, 경험하며 풀어낸 이야기들이 가득하죠. 특히 스승과 제자 간의 이야기는 특히 아름답습니다. 듣는 순간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스승 얘기만 하면 눈에서 꿀 떨어지는 제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제 가슴까지 따뜻해지곤 하는 겁니다.


하지만 요가를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새로운 도전이 조금 귀찮아지는 경향이 있죠. 좋은 건 알겠는데,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움직여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인스타에 올라오는 움직이는 예술작품 같은 요기들의 현란한 동작들도 너무 아름답고, 동화처럼 내려오는 순수한 이야기도 너무 매력적이지만 시작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냥 요가 철학만 배우며 그 멋진 세계를 동경만 하다가 결심을 했죠. 지난 6월 21일 세계 요가의 날을 계기로 ‘100일간 요기처럼 살아보자’ 하고 마음을 냈습니다. 이왕 도전을 시작했으니 진짜 요기처럼 한 번 살아볼까 마음을 먹은 거죠.


그래서 아침 일과부터 모든 것을 요가의 세계에 헌신하기로 했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 이야기를 100일 일지 형식으로 쓰며 공유하고자 할게요.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