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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Nov 16. 2021

임신 중 잠결에 들었던 어머님과 남편의 대화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

임신 중 가장 큰 고통은 아무래도 입덧일 듯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임신 5주부터 시작된 입덧이 한동안 계속 이어졌습니다. 살면서 365일 밥맛이 좋았던 제게 입덧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형벌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항상 폭풍식욕을 자랑하던 제가 입맛이 없어지다니 정말 저조차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친정이 지방이다 보니 그런 막내딸이 걱정된 엄마는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하셨습니다.


다행히 그런 엄마의 마음을 잘 아시는 어머님이 그 빈자리를 대신 채워 주셨습니다. 유난히 입덧이 심하셨다던 어머님. 여자로서 입덧의 고달픔이 어떻다는 걸 잘 알기에 그런 저를 각별히 챙겨 주셨습니다.


매일매일 연락하셔서 오늘은 좀 어떤지,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보셨습니다. 입덧하면 원래 남이 해주는 음식이 먹고 싶은 법이라며, 일주일에 4일 이상 저녁식사를 직접 차려 주시거나 밥을 사주셨습니다.


시댁과 신혼집과의 거리는 걸어서 10여분.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상을 준비하시면서도 추운 날씨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걱정되어 조심스레 밥 먹으러 올 수 있느냐 물으시곤 하셨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세 숟가락만 먹으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며 매번 번거로우실 텐데도 메뉴를 바꿔 가며 챙겨 주셨습니다.


그 마음은..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바로 그것과 같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항상 과일과 따뜻한 차를 준비해 주셨고, 늦게 퇴근하는 남편에게 전화해 저를 데리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편하게 누워 있으라고 항상 안방에 미리 이불을 깔아 두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늦게 퇴근한 남편이 저녁을 먹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어머님이 식사를 차려주시는 걸 보고 방에서 잠깐 누워 있는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단잠을 자다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소리에 잠깐 잠에서 깼습니다.


"엄마, 이 사람 그사이 또 단잠 들었나 봐."  


"그럼 고맙지. 엄마가 마음이 편하고, 편히 자야 뱃속 아가도 편해서 잘 자라는 거야.

그러니 아들도 최선을 다해서 잘해 주고, 조금이라도 속 썩이면 안 돼.

입덧 이 정도로 하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엄마는 내가 무슨 속을 썩여."

(물론 살면서 그런 적도 있었지요.--; 그래도 어머님이 쌓아두신 덕이 있어서.. 당신아~ 어머님 아들로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렇게 잠결에 두 모자의 대화를 듣다가 '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에 슬며시 미소를 짓다가 또다시 잠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또 얼마나 지났을까요. 잠에서 깬 제게 어머님은 딸기를 씻어 주셨고, 그사이 어머님은 집에 가서 먹으라며 마음이 담긴 먹을거리들을 챙겨 주셨습니다.

< 주고 또 주어도 항상 모자라다 생각하는 당신의 마음 >




임신 3개월이 지난 어느 주말, 시댁에서 잠을 자고 온 적이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 어머님이 식사를 차려 주시면서 일요일 아침 배드민턴 대회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11시쯤 집에 와 밥 차려 줄 테니 늦잠을 푹 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 잠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을 때 제 시선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어머님의 마음.. 그 사랑..

그 감동에 순간 전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막내인 남편보다 두 살 연상인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의 핸드폰에 제 이름은 '우리 막둥이'로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첫째 형님이 예전에 알려주셔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간단한 메모에 적힌 우리 막둥이라는 표현을 보면서 그것은 그저 말뿐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2월의 어느 날, 어머님이란 말은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며 편하게 어머니라 부르라 말씀하셨던 건 바로 당신의 진심이 담긴 말이셨던 듯합니다.


< 어머님이 사랑하는 막둥이입니다~^^ >
< 막둥이가 어머님 사랑 많이 받고 예쁜 딸 낳았습니다.^^ >
< 우리 딸 클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




지난 토요일은 시부모님의 결혼 50주년 기념일이라 가족 모임이 있었습니다.

< 결혼 50주년 축하드립니다~! >



지난 봄과 여름,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아들 내외, 손녀와 함께한 여행에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기념일을 맞아 11월 초, 급히 여행 계획을 세우고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어머님, 행복하셨나요?^^ >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평화롭게 느껴졌던 봄날 같았던 어느 가을 날 보았던 바다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 모래가 유난히도 고왔던 송지호 해수욕장 >


학창 시절 수학여행 이후 처음 방문했던 설악산의 풍경 또한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 설악산의 고운 단풍에 내 마음도 물들다 >


그리고, 그보다 더 아름다웠던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우리가 함께했던 그 모든 풍경들이었습니다. 유난히도 따뜻하고 행복했던 어느 가을날의 주말여행이었습니다.^^



ps. 발로 사진 찍는 이 집 남자의 솜씨는 여전합니다.  같은 장소의 사진을 대여섯 장을 찍었는데 수평이.. 그나마 양호한 사진이 이 정도입니다. 참 한결같지요?^^


< 당신의 한결같음에 경의를~! >

https://brunch.co.kr/@alwaysbehappy/92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Ennio Morricone-Love Affair(러브 어페어)-Piano Solo

https://youtu.be/O2j6Y6MdI-4


서영은님의 'Love affair'


https://youtu.be/F-51udcm1VM




작가의 에세이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혼자 살아갈 딸에게 <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

(교보문고 에세이 Pick, 화제의 도서로 선정된 적이 있고, 대만과 베트남에 판권이 수출되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저자 인세의 절반은 취약계층에게 기부됩니다.)


 Yes24

교보문고



2. 평범한 우리가 경험한 글쓰기의 위대한 힘

< 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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