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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돌 Mar 24. 2024

베트남 마사지사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대놓고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보기

이번주 목요일에는 이번 베트남어 클래스의 마지막 수업이 있는데, 난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에서 들어온 두 명의 출장자들이 있기 때문에 함께 베트남 남부의 지방을 방문하는 일정이 잡혔기 때문이다. 타오 선생님은 이날에 이번 클래스의 전체 기간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난 이 시험에 참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화요일 수업을 마치며 타오 선생님에게 미리 알렸다. 선생님은 일 때문에 빠지는 것인데 괜찮다고 하며 대신 이메일로 테스트 문제를 보내주겠다고 했고, 나는 주말에 다시 답장하겠다고 말했다. '테스트는 그냥 넘어가게 해 줄 수도 있겠다.'싶기도 했는데, 역시나 쉽게 다음단계로 보내주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토요일에 출장자들을 빨리 한국으로 보내놓고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목요일의 출장은 너무나 고생스러웠다. 호치민에서 4시간이 넘게 떨어져 있는 거리의 지방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당일치기로 다녀왔기 때문에 자동차만 9시간가량 타야 했다. 또 지방에 도착한 뒤에는 50여 명의 고객들이 모여있는 행사장에서 회사 소개와 회사의 신제품 런칭 행사를 했기 때문에 몸이 많이 긴장되어있기도 했다. 난 종종 이런 행사를 하러 다니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긴 했지만, 한국에서 온 출장자들은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베트남 시골의 국도를 달리며 어떤 규칙으로 운전하지 모르겠는 자동차들, 또 심심치 않게 역주행하며 우리의 차량으로 돌진하는 것 같은 오토바이들을 바라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아서 종아리에 쥐가 나는 것 같다고 하기도 했고,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어지러운 차량의 장식용 불빛을 바라보며 오감이 혼란스럽다고 했다.


다음날인 금요일 저녁에는 그동안 고생한 출장자들에게 한인타운에 있는 한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출장을 가서 베트남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가 빠질 것 같이 질긴 닭고기와 직접 잡았다고 꺼내 놓은 원앙 같은 것을 먹으며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닭의 머리가 접시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고, 베트남 사람들이 음식을 소개하며 보여준 구글 이미지 검색에 나온 원앙과 같은 사진을 보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던 그들이었다. 결국엔 몇 조각씩 먹기는 했지만, 많이 불편해했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그래서 다음날 저녁엔 한국 식당에서 마음 편히 삼겹살과 냉면을 먹었고, 그 뒤엔 단체로 근처의 유명한 마사지 가게에 들러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총 네 명의 한국 남자들이 들어갔는데, 방의 사이즈도 우리에 딱 맞게 네 명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살짝 어둡고, 살짝 쌀쌀할 정도로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방이었다. 침대는 아니고, 기다란 의자라고 보는 것이 더 적당한 네 개의 나무색 푹신한 의자에 누워서 따뜻한 물이 담긴 나무통에 발을 담갔다. 마사지 샵의 이름이 새겨진 붉은색 폴로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네 명의 여자 마사지사들은 우리들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괜차나?", "오빠, 오케이?"라고 물으며 각자 자기가 담당하는 손님에게 마사지의 강도를 체크하고 머리와 어깨를 주무른다. 그리고는 얇게 자른 오이를 얼굴에 붙여주는데, 눈꺼풀 위에도 기다랗고 얇은 오이를 올려놓아 이제 눈을 뜰 수가 없다. 이제 여자 마사지사 네 명의 조그맣고 소곤대는 잡담이 시작되었다. 내 왼쪽에 누운 한국에서 온 출장자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법인장님은 베트남에 오래 계셨으니까 얘네들이 무슨 말하는 건지 알아들으시죠?", "조금만 알아듣죠, 대부분은 몰라요." 이제 내 입에도 오이가 올려져서 난 입을 다물었다.


잠시 뒤에 내게 말을 걸었던 한국 출장자는 코를 드르렁대며 잠을 자기 시작한다. 1시간 30분의 마사지 중에 거의 1시간은 코를 골았던 것 같다. 난 잠을 자기가 힘들어졌고, 귀를 쫑긋 세우고서는 마사지사들의 잡담을 알아들어보려 노력했다. 베트남어 수업도 못 갔는데, 듣기 평가나 좀 해보자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유심히 듣다 보니 네 명중에 한 명은 북부지방 말투를 쓰고 있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북쪽의 말은 남부 지역보다 조금 딱딱한 느낌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베트남에 오래 살다 보면 이런 것쯤은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또 마사지사들은 누워있는 손님 중에 누가 제일 잘생겼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며 우리 중에 제일 어린 남자가 누워있는 자리의 번호를 말하는 것을 알아들었다. "이 남자는 얼굴이 엄청 하얗다." 한 명이 말을 하자 모두 웃는다.


내 왼쪽에 있는 마사지사가 나를 담당하는 마사지사에게 물었다.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 묻는 것 같았고, 최근에 어머니가 돌아오라고 전화했다는 대답을 알아들었다. 또 친구와 함께 호치민에서 고 있는데 월세가 너무 비싸서 집을 옮겨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을 하며, 은근히 어머니가 있는 시골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말하는 것도 알아들었다. 또 여기선 물가가 비싸서 돈을 벌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다 비슷한 말을 하며 사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베트남에서 알고 지내는 한 한국인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넌 여기서 고생하면서 돈은 좀 모으고 있어? 난 베트남까지 나와서 일하는데, 생각보다 물가도 비싸고 한국에서 받은 대출 이자 상환하다 보면 남는 게 없어. 뭐하자고 괜히 여기까지 나와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기도 해." 마사지사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나에게 이 질문을 했던 친구가 생각나기도 했다.


마사지가 끝날 무렵 타오 선생님의 문자가 왔다. 메일을 확인하라는 문자였는데, 오늘은 열어보기가 싫었다. 일주일 동안 업무에 시달리고 몸이 피곤한 상태에 있는데, 이날 저녁에 시험문제까지 열어봐서 머리가 더 복잡해지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내일 아침에 공부 조금 한 뒤에 문제 풀어서 보내줘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토요일 아침에 출장자들을 한국으로 보내고 나서 집의 거실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타오 선생님이 어떤 문제를 보냈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은근한 부담감도 있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싶게 미소가 지어지는 파일이 들어있었다. 테스트 문제가 들어있기는 했지만, 모든 문제에 답이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이번 클래스에서 배운 것을 잘 기억하라는 배려의 문제인 것 같았다. '어제 저녁에 열어볼걸. 그러면 오늘 아침까지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는 타오 선생님에게 그동안의 수업에 감사했다는 메일을 보냈다. 마지막에는 "다음에 또 만나요(Hẹn gặp lại)."라는 인사도 함께 넣었다.


타오 선생님이 보낸 문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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