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산만 먹고 있어요

결혼과 난임

by 로에필라
Life is a big treasury and I was able to choose the most valuable treasures.
인생은 커다란 금고이다. 나는 그 안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 Henryk Sienkiewicz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임신을 준비하면서 먹는 필수영양제 엽산.

허니문베이비를 꿈꾸며 신혼 때부터 엽산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엽산을 먹고 있다.



결혼은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 되었고

난임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슬픔이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한층 더 성숙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온전한 나의 가정을 이루며 진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 것 같았다.


남편은 나를 더 완전하게 해 주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게 다 남편을 만나기 위한 준비인 것만 같았다.

남편은 내 운명이며, 결혼은 우리의 운명을 더욱더 단단하게 이어줬다.

난임은 나를 더 초라하게 했다.

아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다 못하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남편, 남편의 지인들, 시댁에 나 자신이 더 작아지는 것만 같았다.


결혼한 내 모습이 너무 행복하고 좋다.

임신이 안 되는 나 자신이 너무 서글프다.




남편이 내게 말한다.


"너는 좋은 어머니가 될 거야."


계속된 임신실패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좋은 어머니는커녕 어머니가 될 수는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정말 애쓰는데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들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20대를 열심히 살았고 내 커리어를 잘 이어가고 싶다.

난임시술 때문에 간간히 연가를 쓰며 배란일을 잡거나 약을 처방받는 도움을 받는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시술에 들어가면 직장생활을 하며 병행할 자신이 없다.

시간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임신은 정말 내 노력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 임신이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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