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옥상. 김연덕
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바라보고 싶습니다. 헐벗었던 겨울의 풍경이 서서히 연둣빛으로 차오르는 요즘, 두 눈에 담아보는 순간들을 사랑합니다. 고요하지만 봄의 기운과 소리를 듣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그 안에 인간이 없다는 사실이 못내 슬프기도 하지만 괜찮아요. 놓쳐버린 아름다움이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당신, 잘 지내고 계신가요?
지나간 아름다움에 늘 뒤돌아봅니다.
무거운 커튼 없이 낮의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할머니는 옥상 한가운데 앉아 있었고 옥상 아래서 그가 터트리고 싶었을 말을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꽃이 시들고 곤충들이 사라지고 해가 지고 있었지만 옥상의 우아하고 흰 형체는 옥상 바깥에서만 볼 수 있었다
낮의 옥상, 김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