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으로 보이는 Jingo museum이라고 쓰인 표지판에 아기자기한 동물들 그림, 집 한 채가 놓인 이곳을 보고 나는 Kipsigis 족에서 민속촌을 꾸며 놓았고 그 안에 박물관이 있는가 보다 생각했다.
나이아가라가 떠오르는 (하지만 분명 빅토리아와 연결될) 작지만 우렁찬 폭포를 둘러본 뒤 이곳을 지키는 관리인은 내게 열쇠를 건네주며 자그마한 발전소 문을 열고 기관실로 들어가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기관실을 둘러보고 나와서 나에게 지팡이 하나를 건네주면서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을 확인한 그가 안내해 준 뮤지엄은.... 어메이징 어드벤처, 동굴 탐험!!!
몇 달 전 태국 소년들이 동굴에 갇혔다가 구조되었던 뉴스가 떠올랐다. 이런 동굴이었겠구나....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동굴 안에 미니어처 마을 산책로가 옮겨져 있었다.
Boito 지역에서 벌어진 Gussi와 Kipsigis의 치열한 전투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염소와 양을 키우며 살았다는 전설 속 삶의 자취가 전해지는 곳.
무릎 깊이의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 빛이 스쳐 지나고 있는 동굴 한편에 인기척에 놀란 박쥐 떼 날갯짓 소리가 파드닥 울리면 그 물소리와 날갯소리가 한데 섞여흔들리다 동굴 속 메아리가 되어 작은 울림을 내며 천천히 사라져 갔다.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랜턴이 없었다면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어둠.
그런데 또 나름 조심하며 걷기만 하면 크게 날카롭거나 위험하지만은 않았다.
구석구석 숨겨진 침실들(로 부르지만 그냥 한 몸 뉘이기 편한 바위 덩어리 공간)이 코너를 돌 때마다 나타났다.
고요한 가운데 많은 전설들이 묻혀 지나갔을 300미터 정도 된다는 가파른 동굴 구석구석을 날아다니듯 움직이며 가이드해 준 믿음직한 아프리카 두 남자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길을 걷다가 휴대폰 배터리가 바닥을 드러내어 랜턴 사용도 힘들어지기 직전, 드디어 무성한 나무 사이로 빛들이 아름답게 흩어졌다 모이기 시작했 다.
빛이다!
자유다!
살아 돌아왔다!
이리아 마이나 동굴은 케냐 보멧카운티 시골 변두리에 숨어있어서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전설을 간직한 신비의 장소 그 자체였다.
그 동굴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직전에 탐험한 몇 안 되는 외지인 중의 하나로써, 날것 그대로의 신비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경탄스러운 행운에 그저 감사한 날이었다.
2023년 1월. 동굴은 더 이상 가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켄의 페이스북에 소식이 떴다. 전설은 조금 더 많이 잠들어있는 것도 어쩌면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유튜브의 한 클립으로나마 흔적을 찾아볼 수는 있지만 그조차도 전설이 되어버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