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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자버 Aug 22. 2021

어서오세요, 이곳은 갈월동 반달집 입니다.

갈월동 반달집 동거 기록 #프롤로그

어느 겨울 반달집 전경


따뜻한 해방촌 불빛이 아슬아슬하게 미치는 남산 자락, 숨가쁘게 복잡한 서울역에서 딱 한 정거장 떨어진 곳, 갈월동. 대로변에서 방향을 꺾어 좁은 언덕길로 올라가면 남산타워를 향해 빼꼼 고개를 내민 100년 된 적산가옥 한 채가 있습니다. 글쓴이 '마자버'와 남자친구 ‘설쌤’이 살고있는 반달집입니다. 진짜 뜻은 따로 있지만 우리는 갈월을 渴月(craving moon, 달을 갈망하는 마음)로 해석해, 갈월동 적산가옥을 '보름달이 되고 싶은 반달 둘이 사는 반달집'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물론 두 반달은 저와 설쌤입니다. 욕심 많은 두 반달은 각각이 보름달이 되길 원하지 둘이 합쳐 하나의 보름달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은 우리여서 그런 걸까요? 여전히 결혼에 대해서는 영 구미가 당기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냥 서로 사랑하며 살 뿐, 법 앞에서 혹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런 약속이 필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갈월동에 터를 내린 지도 어느덧 꽉 채워 2년. 반달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벌써 반달집이 그립습니다. 직접 페인트칠 하고 창문 틀을 갈고 못질을 하며 집에 쏟은 정성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처음 이사 오자마자의 반달집과 요즘의 반달집은 겨울 벌판과 봄날의 정원 만큼이나 그 밀도와 색채 차이가 엄청납니다. 집안 곳곳에 취향이 스미고, 웃고 울고 떠들었던 추억의 더께가 쌓인 탓일 겁니다. 그 사이에 저는 30대에 들어섰고, 직업이 홀라당 바뀌었고,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상실의 아픔도 겪어냈습니다. 마냥 행복했다고도 그저 힘들었다고도 할 수 없는 그 시간들을 무어라 한 마디로 요약할 자신이 없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인연이 이어져온 과정을 떠올리며 애닳는 마음이 되기도 하고, 때로 12살로 돌아가 못이룬 소망을 풀기도 하고, 아주아주 깊은 곳에 숨겨두고 외면하고 싶었던 어두운 얼굴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집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가족과 사랑과 삶을 담는 나의 그릇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란 걸 뒤늦게서야 깨달았습니다. 너무 방대하고 무척 내밀한 것을 드러낸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솔직하고 씩씩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솔직하고 씩씩한 사람이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좇다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좋은 사람과 어울리다보면 좋은 일을 도모하게 된다고 믿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매우 사소한 나의 이야기를 굳이 세상에 꺼내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해 못하고 누군가는 터무니없다 여길 수도 있지만 또 어찌 알까요? 갈월동 반달집에 대한 애정 넘치는 이 글들이 또 어떤 좋은 인연으로 연결될지.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반달 둘이 살고있는 갈월동 반달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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