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은 내 빈자리를 채우는 조각이 아님을
김영하 작가님의 책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사람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그 사람과 얽혀있는 관계도 아니며 다투거나 서로 의견이 달라 안 맞다고 생각되는 관계가 아님에도 마음에 가지 않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거든 어쩌면 내가 그 사람의 싫은 부분을 나 역시 가지고 있을 확률이 크다.
이런 말 또한 있다. 그 사람의 콤플렉스를 알고 싶거든 그 사람이 남들 뒷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아라, 라는 말이다. 이도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흉을 보는 대상과 얽힌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든 그건 얘기하는 사람이 가진 콤플렉스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그녀와 데이트를 이어나가며 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마음은 그야말로 '저항'이었다. 좋아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깊어져 가는 마음에 대한 저항이었다.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더욱 마음이 깊어질 때쯤 그녀에 대한 단점이 더욱 부각되어 보여만 갔다.
집에 운동복이 하나도 없네, 운동할 생각이 없는 건가 아니면 그냥 자기 관리랑 담을 쌓은 건가,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00 브랜드를 즐겨입네. 사실 저 브랜드는 00 브랜드의 가성비 버전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왜 굳이 저 브랜드를 입은 거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사람의 단점을 신경 쓴다고 보기도 우스울 정도로 트집잡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건 누가 봐도 피해의식이 가득한 시선이 아닌가. 사실 자기 관리에 신경 쓰고 필요한 건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이고 00 브랜드를 살 여력이 안되었던 건 나였는데 말이다. 결국 부끄러운 나의 자존감은 가려두고 이걸 상대방에게 탓을 넘기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내 결점이 아니라 너의 결점이야 하며 그녀를 밀어내 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왜 나는 연인과 이렇게 오래가지 못할까 하며 이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만 늘어놓고 있었다.
사실 집에 운동복이 좀 없으면 어떻고 자기 관리에 서툴면 어떻겠으며 00 브랜드를 입는 게 뭐 그렇게 대수인가. 하지만 내가 나를 돌아봤을 때 기묘한 이상과 집착에 빠져 되고 싶고 모두의 인정을 받는 나의 이상향적 모습을 그려두며 그 모습에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고 있었음을 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먼저 관대함이었다. 내가 그냥 지금의 나로서 괜찮은 마음. 그리고 상대방은 비어있는 내 자존감을 채우는 퍼즐 조각이 아니라는 마음. 내 결핍과 내 마음속 빈 공간은 결국 내가 가장 잘 알 수 있고 이는 내가 채워주어야 하며 내가 이해해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수많은 사람들도 떠오르는 지금이지만 잠시 동안만 지난 수많은 시간 속 끊임없이 잘해야만 했고 공허함과 외로움 속에서 무단히 고생해 왔던 나를 이제 토닥여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