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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May 15. 2021

학부모 상담 시, 불편한 공기 만드는 방법2

님아, 제발 그 말을 건네지 마오...

 지난 10년간 수백 번의 학부모 상담을 해왔다. 가정과 학교가 연계한다는 의미에서의 좋은 취지인 협력의 장이지만, 상담 중에는 자칫 불편한 기류가 감돌 때도 있다. 그런 경우를 다음 세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다.



1. 반말하는 유형


 “응응,,, 맞아,,,, 그렇더라고,,, 우리 애가 좀 그런 경향이 있지?”

 학부모 상담을 할 때 반말하시는 분을 가끔 보게 된다. 교대생때도 교수님들이 이런 유형의 학부모를 만나게 될 거라고 줄곧 경고해왔었다.  설마,,,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신규교사가 되고, 대학교를 갓 졸업한 앳된 얼굴을 보며 반말을 하는 학부모가 더러 있었다. 과동기 중 한 명은 그런 경우 같이 반말로 받아쳐보는 건 어떻냐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그 후로 앳된 얼굴을 가리려 메이크업도 진하게 해 보고, 옷이나 헤어를 나이 들어 보이게 시도해 봤지만 20대 중반의 얼굴을 40대 학부모님들과 엇비슷하게 둔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물론 담임에게 극존칭을 쓴다거나 어렵게 대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상담 중간중간에 반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담임, 상담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동네에 아는 동생 정도로 생각되는 사람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는 서로 간의 존중을 필요로 한다. 교사를 학생에 대해 같이 상담하는 교육 전문가가 아닌 그저 ‘나보다 나이가 젊은 사람’으로서 대하려는 태도는 상대로 하여금 무시받는 듯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신뢰도를 쌓아가는 데 방해가 된다. 갓 교사를 시작했던 신규 시절을 제외하고 최근 몇 년간은 반말을 하는 학부모님은 뵌 적 없었다. 서로 예의를 다하는 자리인 만큼 담임으로서의 책임감, 존중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다. 서로 배려하는 언어가 필수적임을 실감한다.



2. 반감부터 가지는 유형


 “학부모님들이 오시면 칭찬 위주로 말하세요.” 관리자(교장, 교감선생님)분들께서 우리들에게 자주 하는 말씀이다. 누구나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학생의 장점과 특기는 더 살릴 수 있게, 단점은 바로 잡을 수 있게 나아가기 위해 실시하는 학부모 상담 주간이 어느새 칭찬만 듣기 위해 가는 곳으로 변질되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인이 되어도 누구나 장, 단점이 공존한다. 하지만 만 7~12살 아직 어린 아동의 같은 경우 비교적 스펀지처럼 말랑하기에 조금 씩은 바뀌어갈 가능성이 있는 나이이다.


 그런데 학생의 단점이나 잘못한 행동을 말씀드렸을 때, 여기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분들이 가끔 있다. 교사도 말을 꺼낼 때에 머릿속으로 수십 번 고민하고 어렵게 입 밖으로 꺼낸다. 10가지 장점을 말하고, 그래도 아쉬운 점, 고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한 두 가지만 조심스럽게 말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진심이 무색해질 정도로 아니라고 부정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경우는 진짜 그 단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여태 1, 2, 3학년... 학년을 거듭하며 자식의 ‘그 단점’을 들어왔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애써 외면하고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심지어 “작년 담임선생님은 그런 말 없었는데요?” 라며 반격하는 분도 보았다. 매년 학생들은 조금씩 바뀌고 없던 면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담임에게 반격하고 분노한다고 그 학생의 특성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바꿔나갈지 상의해보고 협력하는 게 우선이다. 여태 뵌 몇 백명의 학부모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소수의 유형이었지만, 그 후유증은 꽤 오래갔다.


출처:unsplash



3.  방어하는 유형


 진희(가명)는 아빠가 화내는 일이 잦아 아빠를 많이 무서워했다. 그런 진희 어머니가 상담에서 “얘들 아빠는 자상한 사람이에요.”라는 얘기만 하셨다. 상담이 끝나갈 무렵, 진희가 아빠에 대한 일기를 써서 걱정이 되었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자, 그제야 맞다고 털어놓으셨다. 진희의 경우는 일기장, 평소에 한 얘기로 내가 미리 알고 있었던 경우라 학부모님의 방어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우리 가정을 이상하게 여기면 어쩌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실제의 모습과는 다르게 포장하거나, 편집하여 말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심지어 방어를 좀 더 강하게 하는 경우, 담임과의 상담을 거부하는 사례도 들었다. 이는 학생의 문제에 대해 해결점을 모색하기보다 회피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나는 사례이다.


 담임은 학생에 대해 더 면밀히 파악하고 지도하고 싶은 사람이지, 한 가정이 좋은 지 나쁜지 판단하기 위한 사람이 아니다. 상담을 임할 때는 가정의 부정적인 측면도 솔직히 말해야, 담임이 조금 더 섬세하게 학생의 심리에 접근할 수 있다. 학부모가 방어하는 태도를 보이면, 담임도 어떠한 말을 꺼내기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심층적인 상담과는 멀어지게 된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을 살펴보았다. 특히 2, 3번의 유형은 상담이 더 절실히 필요한 경우에 더 많이 보였던 사례이다. 학부모 상담 주간이 서로의 믿음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부모 상담 에피소드편

https://brunch.co.kr/@grapefruit-bea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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