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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May 07. 2021

학부모 상담 시, 불편한 공기 만드는 방법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나,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상담

10년 전 이맘때쯤, 나는 첫 학부모 상담주간을 가졌다. 경험치 제로인 신규교사였기에 책자도 찾아보고, 커뮤니티 글도 검색해 보았지만, 속시원히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글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담임교사들은 학부모 상담 기간이 아니더라도 거의 매일 예상치 못한 상담을 접하게 된다. 그동안의 학부모 상담 중 공기가 다소 불편해졌던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한다.

“선생님, 급식을 많이 드신다던데 몇 키로 나가세요?”

  교사가 된 지 얼마 안 돼서 2학년 담임을 했던 병아리 시절, 학부모 상담을 오셔서 물어보신 질문이다. 물론 그분의 의도는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기 위한 질문이 아님을 알고 있다. 먹는 양에 비해 살이 많이 찌는 체형이 아니라 내 몸무게가 진심으로 궁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 상담을 하며 상담과 전혀 관련 없는 이러한 질문은 상당한 당혹감을 준다. 사적인 질문은 이뿐만 아니다. “선생님 어디 사세요?”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선생님 몇 살이세요?” 와 같은, 많은 동료 교사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류의 질문은 주로 사적인 영역의 것들이다. 학부모 상담은 교사와 학부모가 같이 학생을 발전적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소통의 장이다. 그런데 교사의 사는 동네, 결혼 여부, 몸무게, 나이 등 교육과 관련 없는 불필요한 질문은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며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마저 생긴다. 반대로 교사가 학부모에게 “몇 키로 나가세요?”, “몇 살 때 결혼하셨어요?” 등의 질문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당혹스러운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각자의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컵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함 들어 보실래예?”

  몇 년 전, 또래에 비해 언어적 성장이 많이 더딘 특수아동 준서(가명) 담임이었다. 반 학생이 30명 가까이 되었지만 준서 할머니와는 거의 매일 상담을 했었다. 타 학생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더 신경이 쓰였기에 주기적이고 규칙적인 상담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고, 바쁜 업무가 있어도 열일 재쳐두고 상담하기 일 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교실에 오신 그분은 한 시간이 넘게 살아온 인생을 말씀하시며 얼마나 힘들게 육아를 해왔는지와 함께, 다사다난했던 가정사를 모두 털어놓으시며 오열하셨다. 너무 안타까운 사연이어서 듣는 동안 나까지 눈시울이 적셔오다 울컥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하지만 돌이켜보았을 때, 교사에게 학생과 관련되지 않은 본인의 살아온 일대기를 모두 털어놓으며 의존하는 관계가 장기적으로 냉정하게 보았을 때 결코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다. 상담을 할 때 학생과 관련된 가족사(학생의 형제관계, 부모님의 양육 방식, 부모와의 정서적 애착관계, 주말부부 등의 다양한 가족형태, 어렸을 때 겪은 트라우마 등)는  학생을 이해하는 데 참고 요인이 된다. 하지만 그와 관련 없는 학부모 본인의 힘들었던 성장기 또는 인생 일대기 얘기는 안타깝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자칫 학부모와 교사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 엄마들 모임 하면 00 엄마가 좀 이상하더라고요...”

  상담을 하면 가끔 특정 학생이나 그 부모를 험담하는 분을 본다. 사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담임으로서 어떠한 말도 조심스럽다. 그분이 자녀가 피하고 싶어 하는 그 학생과 같은 반이 되어 걱정되는 마음으로 말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담임에게 30여 명의 반 아이들은 똑같이 소중한 존재이고 누구에게나 장단점은 존재한다. 그런 험담을 들으면 오히려 그 말을 한 학부모님에게 경계심이 생기게 되기도 한다. 학생들에겐 학교생활은 직장인의 사회생활과 비슷한 점이 많다. 30명의 학생이 자녀와 모두 마음이 맞는 아이일 확률은 0에 가깝다. 특정 학생과 같은 반인 것이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면 “ 우리 아이가 00과 교실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둘이 평소에 잘 지내나요? “ 등의 말로 대체해서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가정과 학교의 연계는 필수적이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가 불편해지는 말보다는  쪽이 모두 배려하는 바람직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학부모 상담 실전편:

https://brunch.co.kr/@grapefruit-beam/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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