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몽햇살 Jul 03. 2021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다면 교사는 하지 마세요.

 교사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교사가 하는 일들은 생각보다 무궁무진하였다.


 누군가가 교사는 다양한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교사를 ‘돈 못 버는 연예인’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교사가 되기 전엔 우리의 일을 ‘가르치는 일’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가르치는 일’이 수만 가지 중의 한 가지 작은 부분만 차지한다. 교대생들도 타 대학에 비해 어느 것을 심도 있게 배우기보단 얇고 넓게 배우는 편이다. 이러한 커리큘럼은 우리를 다재다능한 인재로 키워주기도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정신없고 잡다한 일들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몇 달 전, 어떤 교사분이 교실 청소나 방역이 수업보다 중요시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을 쓴 글을 보았다. 그 글에 달린 많은 악플을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교사가 오로지 학생의 교육과 교사의 본분에 충실해야 함을 말하면서도, 역설적이게도 본분에만 충실하기에는 가르치는 일 외에 잡무가 너무 많다는 고충을 이야기하면 “그거 다 하는 게 너희 일이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직종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직업이니 ‘교사답게’ 행동하라며 여러모로 높은 잣대의 기준을 적용받지만, 막상 수업 연구를 하고 학생에게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쏟기에는, 다른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수많은 공문과 업무에 시달린다. ‘이렇게 해야지!’라고 요구하지만 ‘그렇게 할 만한’ 환경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하교한 후, 다음 날의 수업을 연구하고 학생들의 행동발달, 교단 일지를 적으며 ‘교사’로서의 시간에 집중하고 싶지만 현실은 텅 빈 교실을 홀로 열심히 청소하고, 오전 동안 밀린 업무 메신저 쪽지를 확인하며 공문 처리하고 업무에 매진하기 바쁘다.


 타 직종의 친구들이 “학생들 집에 가고 나면 뭐 해?”라고 묻곤 한다. 예전에는 ‘우리 이러이러한 거까지 해~’라며 열심히 답변해주곤 했지만, 이젠 씩 미소만 짓고 만다. 학생들이 있을 땐, 있는 대로 정신없지만, 오후에는 더 치열한 일과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같은 층의 선생님들끼리도 ‘오랜만이야’라는 농담 섞인 인사를 주고받곤 한다.


출처: Unsplash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보람되고 적성에 맞다던 수많은 교대생들은 교직에서 일하면서, 기대와는 너무도 다른 현실을 직면하며 적성에 맞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교사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던 ‘학생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사람’이 아니었다. 보통의 회사원이나 공무원의 모습에 플러스 ‘틈틈이 가르치는 일’까지도 해내야 하는 직장인에 가깝다.


 수업 도중에 갑자기 지금 당장 통계를 내어 답변을 달라는 업무 메시지를 받거나, [긴급]이라는 단어를 붙여, 지금 바로 문서를 제출하라는 교육청의 전화나 공문들은 수업과 학생에만 집중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제자들 중에 장래희망이 선생님이라는 학생들 많이 보았다.  선생님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보람찰  같다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정말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라면, 실제 교사의 모습보다는 공무원의 모습을  요구하는 현장에 왔을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낄  같다.



 


이전 02화 교사가 평생직장이 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