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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May 08. 2021

교사가 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 3가지

 학창 시절에 담임선생님께서 문과생도 아닌 이과생인 내게, “교사가 적성에 맞을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시간이 흘러, 정말로 교사가 되었고,  후에도 종종 “교사가 천직 같아 보여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었다.  번쯤은 머릿속에 그려보는 직업이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교사의 모습은 실제 우리네 모습이 아니라는 허점이 있다.

 올해로 교직경력이 10년을 조금 넘어간다. 너무나 어리디 어렸던 스물넷,  “교직”이라는 곳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내던져지고 난 후, 마치 보호장비 없이 보드를 배우러 가서 엉덩방아를 여러 번 찍으며 눈물 찔끔 머금고는 온 몸이 경직된 채로 상급자 코스를 바들바들 떨며 내려오는 초보자 보더처럼 그렇게 조금씩 버텨내 온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10년의 세월에는, ‘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모르면서 덜컥 진로를 정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혹은 교직을 추천했던 주변인에 대한 원망도 조금씩 녹아있다.



1. “교사들 솔직히 편하지 않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편하다’의 기준이 정년이 보장된 안정성만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가 직업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단순히 ‘해고당하지 않고 계속 다닐 수 있는’의 의미로 한정해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교사가 되는 순간부터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회자될 수 있는 책임감이 실린 무언가가 된다. 사소한 버릇, 어투의 습관, 퇴근 후의 소소한 외출 등 모든 것이 관찰되고, 회자될 수 있다. 오죽하면 친구가 ‘교사는 동네의 연예인 같다’라고 표현한 말에서도 어느 정도 이를 짐작케 한다.        


몇 년 전, 한여름 주말에 지인들과 근교로 놀러 갔다가, 짧은 반바지와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 채 버스를 타고, 학부모를 마주쳤을 때의 당혹스러움이 떠오른다. 한여름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옷차림이었지만  ‘조금 더 긴 바지 입고 올걸’, ‘버스 타지 말고 그냥 택시 탈 걸’등의 후회와 찝찝함이 남아있게 되었다. 한 친구네 학교에 교무실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선생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너무 자주 바꾸시는 것 같아서요.’ 민원의 대상이 된 그 교사는 평소 카페에서 찍은 커피와 디저트 사진으로 종종 프로필을 바꾸시곤 했는데 그걸로 민원이 들어온 것이다. 근무시간 이후의 사진이며 카카오톡이라는 개인적인 프로필 사진이지만 시시때때로 관찰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예를 들자면 하루를 잡고 말해도 모자랄 만큼 수도 없이 많지만, 그 모든 예들의 본질은 모든 행동반경이 공적인 일과 연결이 되고, 모든 행동의 기저에 ‘나는 교사다’로 연관 지어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직업군이 하면 아무 문제의 소지가 없는 일도 교사가 하려고 하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판단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교사가 되고서야 실감했다.



2. “그래도 교사들은 퇴근시간 빠르지 않아?”


여기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퇴근시간이 빠르다의 또 다른 의미는 ‘출근시간도 빠르고, 점심시간은 없다’이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출근시간이 더 빠르고, 점심시간이 ‘점심을 먹는’ 시간이 아닌 ‘점심을 먹는 학생을 지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잠이 많고 밥 먹는 속도가 유난히 느린 편이라 이 부분에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사실 아직 적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타 직종의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점심시간마다 뭐 먹을지 고민하고 나가서 사 먹어야 하는데 너희는 항상 급식 먹으면 되니깐 좋겠다.’ 하지만 여태 담임을 하며 점심을 편하게 먹어본 기억이 손에 꼽힌다. 점심 급식 시작 종소리가 울리면, 배식 문제로 싸우는 아이, 온 교실에 음식물을 흘리고 다니는 아이, 흘린 줄도 모르고 그 음식물을 밟고 교실에 음식물 발자국 지도를 그리고 다니는 아이, 먹다가 싸우는 아이, 고자질하러 와선 풀어헤친 자신의 머리카락 한 줌을 내 급식판 국물에 흠뻑 적시고 가는 아이,,, 그리고 요구르트라도 나오는 날이면 요구르트 뚜껑 30개를 뜯어주다 보면 점심 먹을 시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 웃지 못할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선생님도 밥 먹을 시간 좀 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가 다시 삼키는 순간들이 많다. 30여 명의 학생을 급식지도 하며 먹는 그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 같을 때가 많다. 급식지도를 위해 교사가 밥을 제일 먼저 배식받지만,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버린 밥을 급하게 몇 숟가락 빠르게 씹어 삼키고 물 몇 모금으로 애써 거짓 포만감을 불러보는 날이 잦다. 그래서 교사가 되면 입으로는 빠르게 음식을 흡입하지만 눈으로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는 생존형(?) 스킬이 늘어간다.



3. “교사들은 학생들만 상대하니 편하겠다.”


 “애들 하교하면 뭐해?” 지인이 물어본 적이 있다.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면 일단은 북적거리던 교실에 잠시 평화가 찾아와 안도의 한숨이 잠깐 새어 나오지만, 사실 그때부터 직장인으로서의 업무들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가르치는 일’이 주된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일 외의 크고 작은 처리할 업무들이 많다. 쏟아져오는 메신저 쪽지들, 교육청 공문들, 틈틈이 듣는 연수, 학부모님들과의 상담, 학기말 입력을 위해 수시로 기록하는 기록일지 등을 처리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성큼 다가온다. 교사들이 학생들만 상대한다는 건 오로지 ‘수업시간’만을 놓고 본 시각이다. 30명의 학생들에게는 30쌍의 부모님들이 계신다. 교직은 학생들과 동시에 학부모님들을 같이 대하는 직업이며, 동료 교사들, 관리자분들(교장, 교감, 부장 등)과 교육청 관계자 등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을 대하는 일종의 감정노동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학생들만’ 상대한다는 표현보다는 ‘학생들도’ 상대하는 직업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그래서 하루가 흐르면 소위 말해 ‘기가 쏙 빨린다’라는 표현을 종종 하곤 한다.

교실 창가에서 키우는 강낭콩


 글을 쓰다 보니 교직의 교사의 장점 뒤에 숨겨진 면 위주로 쓰게 됐지만 이 직종만이 가진 매력도 많이 있다. 다만, 교사라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사의 이미지의 이면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미리 예상해 보고 상상해보았던 어려움은 미리 보호장치를 차고 스키장 루프를 내려가는 겪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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