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들
'2018년 사태'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 사건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가장 불안했으며
과오이자 실패, 심연으로 떨어지게 한 사건이었다.
코칭쌤의 입에서 '불안감, 우울감'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그 사건
애니어그램에서 잃을뻔한 신뢰는 코칭쌤의 그 말 한마디에 아주 완벽하게 돌아왔다.
그렇게 세 번째 수업.
"오늘은 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선생님이 내민 질문지에는 약 30가지의 짧은 질문들이 쓰여 있었지만.
질문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 인생의 가치관은?'
'내 최종목표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결혼에 관한 내 가치관은?'
'나의 어머니는?'
'나의 아버지는?'
'신이 있다고 믿나요?'
'내가 부족한 점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일은?'
등등등.
질문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기에, 진심을 다해 쓰려니
질문에 대한 답을 쓰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뚝딱 흘러가있었다.
길고 길었던 한 시간이 지나고,
내 대답에 대해 선생님은 상세히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주로,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때 무슨 일이 있었어요?"와 같은 것들이었다.
선생님이 미리 얘기했던 것처럼, 질문에 대답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부터,
내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들까지.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해 나가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는데,
하나.
와! 난 언제나 내 인생, 내 인생관에 관한 걸 정리하고 성립하고 싶었는데
이걸 이번 기회에.. 그것도 이런 전문가와 함께 할 수 있구나!
둘.
저 '2018년 사태'는 엄마한테 말하기까지 정말 어려웠는데, 이렇게 말해보니 별 거 아니구나
였다.
그리고 난 무언가 의아함을 느꼈다.
근데 나, 지금 괜찮나?
당시의 내 트라우마는 너무도 크고도 끔찍해서
세상을 등지고 도망가려 했었고,
그러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도 했었다.
내 손을 잡고 묻던 엄마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둘러대려 했었고,
그러지 못했고
속에 있는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두서없이 말을 했던 나였다.
엄마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내 가장 가까운 친구도, 동생도, 그 누구도 모르는 이야기였고
익명의 힘을 빌어 겨우겨우 그때의 감정을 정리한 곳이 이곳 브런치에 글쓰기였다.
그런 나였고
여전히 그런 나인데
세 번째 만남.
겨우 만난 지 나흘째인 사람에게 내 인생 가치관에서부터 과거, 미래 가족사까지 줄줄줄 얘기하고 있다니
세상에
저 선생님 완전 전문가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