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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제 Mar 09. 2024

두 번째 수업

애니어그램

만족스러운 첫 번째 수업 그 이후, 두 번째 수업.


수업시간과 장소는 고정이었다.

걱정스러움이 조금이나마 있었던 첫 수업과는 다르게, 내 두 번째 수업으로 가는 마음은 

아주 가볍고 뿌듯했다.


그들과의 친밀도는 이미 100을 넘어선 150이었고, 신뢰감 또한 충분했기에, 

이번에는 어떤 수업으로 놀라게 할지에 대한 상상으로 기대감에 부푼 채 카페로 들어섰다.




두 번째 수업은 좀 의아했다.

그림으로 하는 심리유형분석 같은 거였는데,

내 심연에 있는 '본성자아'를 찾는 거라고 했다.


첫 번째 수업에 했던 성향검사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본성자아가 어떤가에 따라 수많은 성격과 유형이 나온다는 설명을 듣고 시작한 테스트.

 

신뢰도와 친밀도가 쌓일 대로 쌓인 나였지만, 결과 해석을 들으면서 속으로 계속 갸웃거렸다.


'내가 진짜 이런 성격이라고?'

'내가 저런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근데, 이런 걸로 저런 거까지 알 수가 있나?'

하는 것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사는 너무나도 간단했는데, 그에 따른 해석은 매우 장황했고 구체적이었으나.

첫 수업에 비해 나와 정확히 일치한다 라는 느낌은 덜 했다.


당시 했던 평가지는 이거였다.




누군가는 한눈에 알아보는 테스트일 수도, 누군가는 처음 보는 테스트일 수도 있는 이 검사지.


나는 당연히,

못 알아봤었다.


(나중이 돼서야 '신천지 도형검사'만 쳐도 자동으로 뜨는 이 검사지를 보고 저 기억 속 묻혀있던 언젠가 봤던 뉴스기사를 떠올렸었지만, 당시엔 전혀 생각도 못했다.)


내심 의아했지만, 티는 내지 않고 듣고 있는데

민영언니는 나보다 더 놀라하며, 나도 모르는 내 모습에 너무나도 공감해주고 있었다.


때로는 남이 보는 내 모습이 더 정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의 본성이란 정말 저 심연 깊은 곳에 있는 거라 나 스스로 알아차리고, 공감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속여가며 억지로 이해를 해가던 와중.

민영언니의 핸드폰이 울리고,

잠시 통화를 하러 나갔다 오겠다며 언니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코칭쌤이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내일 저랑 따로 만나실래요? 민영 씨 없이 둘이만요!"




애니어그램 검사 결과 조금 불안감과 우울감이 보이는데, 민영언니와 같이 있어서 말하기 어려웠고

이 불안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상담을 하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순간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간 하나의 사건.


난 그렇게 세 번째 수업 약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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