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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지 Mar 25. 2022

서양 잔치 체험기 上

멀고도 험한 파티피플의 길

외국의 하이틴 시리즈나 영화를 보면 파티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이는 파티는 언제나 새로운 만남과 사건이 시작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곤 하는데, 덕분에 나는 서양의 파티 문화에 대해 로망 아닌 로망을 품고 있었다. (마약, 퇴폐 행위와 같은 범죄에 대한 인상도 물론 있었지만..ㅋㅋ)

허나 시끄럽고 사람많은 곳을 힘들어하는 탓에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클럽이나 파티에 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내 생에 과연 파티에 참석하는 날이 올까 생각하던 어느 한 날,


드디어 내게도 초대장이 날아왔다.

나의 첫 파티는 내가 머물던 기숙사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코로나가 특히 기승을 부리던 시기라 펍이나 바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기숙사 3층 공용 부엌에서 파티가 열렸다. 파티라는 두 글자에 잔뜩 설레는 마음도 잠시 옷은 어떻게 입는지, 뭘 준비해 가야 하는지, 가서는 어떻게 있어야 하는지 여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대충 단톡방의 대화를 보니 함께 나누어먹을 음식을 각자 준비해오는 듯했다. 같은 기숙사에 머물던 한국인 친구와 함께 급하게 재료를 구해 짜파게티와 계란말이, 주먹밥을 만들었다. 급하게 준비한 것 치고는 괜찮다고 서로를 다독이며 완성된 음식을 들고 파티가 시작된다는 7시를 조금 넘겨 부랴부랴 파티 장소로 어색하게 들어섰다.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모두 그제서야 슬슬 모여 요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서양의 파티는 음식을 만드는 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나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내게는 초보 파티 피플임이 드러나는 머쓱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파티가 시작되기까지(모두의 요리가 준비될 때까지) 어색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짜파게티는 우동처럼 불어갔고, 주먹밥과 계란말이는 차게 식어갔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음식이 맛없게 변한 것이 안타까웠지만 다들 맛있게 먹어주어서 다행이었다.


크리스마스 파티는 즐거웠다.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독일에서 크리스마스에 먹는다는 에그노그 칵테일도 먹어보았다. 12시가 땡 하고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때에는 모두 포옹을 하며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인사를 나눴다. 한국에서 백화점 상점들의 장식을 구경하며 느낀 크리스마스보다 훨씬 더 크리스마스 같은 순간이었다.


나의 첫 파티는 비록 영화에서 봤던 파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로망 그 이상의 즐거움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파티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말이다. 덕분에 진정한 파티피플이 되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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