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뭘까?
술자리에서 친구가 갑자기 물어본다. 철학자도 아닌 나에게 대단한 질문을 던져 놓고 반짝이는 눈으로 날 쳐다본다.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으니 적당히 멋있는 말들을 비벼 건네준다. 만족하는 눈치이다. 우리는 대부분 "사랑이란 무엇일까?"와 같은 주제를 주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대 때에는 사랑이 그저 뜨거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자체가 그리 뜨거운 사람이 아닌 나에게는 뜨거운 사랑이 없었던 것 같다. 뜨거운 게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미지근한 사람이었다. 30대가 나고 나서 서서히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사랑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지금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익숙함'이다. 목욕물로 예를 들어보자. 나의 체온보다 높은 온도인 물을 가득 받아 두고 목욕물에 다리부터 넣기 시작한다. 물이 너무 뜨거워 발가락이 한두 번 들어갔다 참으며 들어간다. 그대로 있기가 힘들어 몇 번이고 뛰쳐나갈 것을 참다가 어느새 그 뜨거운 물에 익숙해진다. 사랑이 뜨곱고 미지근하고 차갑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온도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의 온도를 갖고 있어, 타인과 섞일 때에는 당연히 그 온도차로 인해 놀라거나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노력으로 그 온도에 적응한다면 서로 좋은 온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익숙함'이라고 생각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요즘 그것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함이 꼭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 아니듯, 사랑이 늘 뜨겁고 새로워야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유명한 먹방 명언 중 "알고 있는 맛이 제일 무섭다"라는 말이 있듯, 안정적인 사랑에는 반드시 익숙함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익숙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편안하다. 사랑이란 익숙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