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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Oct 16. 2023

09_살인자

알게 되는 순간, 이전의 나는 죽었다.


 아무리 예쁜 말로 잘 포장하고, 어떤 질책이나 질타로 배우자의 모습에 흠집을 내어본다 한들 외도를 아름답게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정말 신기한 점은 외도를 저지른 유책배우자들의 대부분은 처음에는 반성한다 말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그리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 맞나? 하고 의문을 갖는다. 더불어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는 지겹다는 뉘앙스를 자주 풍긴다거나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자포자기하는 유책배우자가 태반이다. 


 유책 배우자의 외도로 상처를 받은 상대 배우자는 그 사실을 아는 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그깟 하룻밤에 무슨 큰 앓는 소리를 하며 죽었다는 비약을 하느냐고 하겠지만 상대 배우자의 외도라는 것은 '영혼 살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겪어본바로 배우자의 외도는 처음에는 영혼을 죽이지만, 결국 영혼과 몸은 하나이기 때문에 살아있되 살아있지 않은 존재가 된다.


 처음 외도 사실을 확인하던 아침, 나는 그것을 음성으로 들었는데 그 순간 내 귀에 들리는 음성과 내가 우주의 그 어떤 한 곳으로 멀리멀리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그 순간의 기억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4개월가량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이나 연관된 생각이 들면 엄청난 이명과 함께 세상의 소음에서 멀어져서 나는 우주 속 그 어떤 지점으로 빠르게 흡입된다. 

정말 아이러니한 점은, 우리 부부의 현재 상태를 외부에서 본다면 더없이 행복해 보이거나 전보다 더 알콩달콩해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집 유책이는 내가 알게 된 첫날 거짓 반성모드에서 진정한 반성모드로 가는데 한 달가량 걸렸다. 처음 한 달은 미안하다, 하지만 마음 준 적 없고 딱 한 번이었다는 것으로 자기 방어적 태도를 보였고 나는 진짜 앞으로 절대절대 이런 행동을 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는 하였으나 내가 보기에는 입만 나불나불 살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 달 가까운 시간까지도 나는 꿈을 꾸는 듯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것이 반성이었는지, 영혼이 없는 그저 소음이었는지도 구별하지 못했었다. 정말 어느 순간 득도하는 도인들처럼 진짜 한순간에 퍼뜩 떠오르는 현실감이 나를 두 번 죽였다. 

 어째서 나는 남편의 외도를 상상해보지 않은 것일까? 나는 신혼 때부터 몇 년에 한 번씩 얼굴이 안 보이는 대상이 남편의 팔짱을 끼고 가는 뒷모습이 나오는 꿈을 몇 번 꾸곤 했는데 그게 예지몽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어째서 그런 꿈의 경고마저 무시하고, 단 한 번도 이런 일은 내게 생기지 않을 일이라고 단정 지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고 지지부진하다. 몇 달을 정신과에 다니며 독한 약을 삼켜대도 도통 나아지질 않는다. 그 하루가 내 인생을 죽였다. 


 상간녀의 배우자가 각자의 삶을 살자 했다. 자기 부인은 죽이던 살리던, 이혼하던 데리고 살던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나도 첫날 상간녀에게 그렇게 말했더랬지. 실감이 나지 않은 꿈속 같은 기분. 

2주쯤 지나고 꿈에서 깨어나면서 이 것이 현실이며, 더더욱이 되돌릴 수 없는 하루라는 것. 지우개로 박박 지워 연필 자국이 남더라도 반드시 지우고 싶으나 절대 지워지지 않는 유성잉크라 번지고, 더 큰 자국을 남긴다는 것을 그 남편분도 나처럼 차례로 깨닫겠지. 

특정될 수 있어서 어디서 만났는지를 쓰기 어렵지만 상간녀는 여전히 열심히 활동 중이시다. 전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졌다. 어쩌면 스트레스받아서 더욱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변명할지도 모르지. 그 비싼 비용을 쏟아붓는지도 모르고 전업인 상간녀는 의미 없는 헛 돈을 수 백씩 쓰고 있는데도 그 배우자는 태블릿 하나 사는데 몇 달째 고민만 하고 있다 그랬지. 나도 그렇게 살았다. 다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잘못은 상간녀와 유책이가 하고, 내가 지금까지 죽도록 괴로운 것처럼 아마 그 배우자도 곧 나처럼 되겠지. 어쩌면 남자라서 나보다는 이성적이라 견디디가 쉽길 바라보기도 한다. 내가 상처 주고 싶은 건 그 상간녀이지 그 배우자는 아니니까. 그래서 중간중간 우리 집 유책이에게도 같은 고통을 준다. 그 집에 찾아가던 밤도 불시에, 예고 없이 달려 나가 지금 못 가게 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했다. 실제로 죽을 시도를 했던지라 유책이는 힘들어했다. 어쩌면 그 집 남편을 마주하기는 무서워서 쫄았을지도, 나 역시도 내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상간녀 만나던 날 그렇게 떨리고, 힘들었으니까. 


지금 나처럼 이런 고통을 겪는 분들. 우리는 잘못이 없어요. 

우리는 행복해질 것이고, 반드시 행복한 미래가 곧 올 것입니다.

그것은 유책이 와의 이혼여부와는 상관이 없어요.


그리고, 상간소를 망설이시는 모든 분들... 꼭 진행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셀프소송 중입니다. 

제가 소송이 마무리되면 전문가 없이 소송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현재는 소송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 글로 남기기가 어렵답니다. 여러 가지 도움 되는 이야기들 제가 경험한 후 꼭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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