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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Oct 16. 2023

08_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나는 상상도 못 해본 이번 경험을 통해 나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상상보다도 더 많다는 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다. 모르는 게 나은 이 끔찍함을 나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힘들었다. 나도 그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하고,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며 이런 일의 책임은 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중에 할 이야기지만 상간녀의 배우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본인이 유책 상간녀보다 혹시라도 내가 평소에 남편에게 무언가 불만의 여지를 주지 않았는지에 대해 넌지시 떠보는 이야기를 하였다. 당시엔 나도 우느라 경황이 없어서 못 느꼈지만, 네 남편이 혹시 너에 대한 불만 혹은 성적 불만족 때문에 바람을 피운 것이 아니냐는 듯한 뉘앙스였다. (물론, 그 남편분은 배우자의 얼굴이 눌린 메주보다 못하다는 사실에 대한 콩깍지가 아직은 남은듯했다.) 나도 처음에는 이 외도에 대한 잘못 혹은 책임을 나에게서 찾느라 바빴다. 내가 일하느라 무언가 소홀하지 않았을까, 내가 아이들을 키운다고 남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을까. 내가 결혼 전과 달라진 외모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을까... 등등 나에게서 잘못을 찾아내려고 무수히 노력했다. 많은 날을 울면서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이 외도라는 것은 배우자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외도라는 것은 배우자가 그 어떠한 잘못을 하고, 어떠한 책임 있는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정당화되거나 용서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외도를 교통사고와 비유하시면서 어떠한 일이 미리 조심하거나, 아무도 잘못하지 않더라도 일어날 사고는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외도라는 것은 결혼이라는 법적 혼인의 책임에 대해 반한 행동으로 아무리 현재 형법에 불륜과 관련된 법이 사라졌다 한들 법적으로도 책임이 있는 (물론 민사라, 우리나라에서는 개미똥꾸멍에 붙은 똥만큼도 모자란 위자료란 명목으로 위자료를 책정하지만) 반인륜적이며, 비도덕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것은 누가 잘못했느냐? 당연히 유책이 와 상간자들이다. 아무리 배우자의 잘못을 덕지덕지 붙은 포스트잇처럼 포장해 보려고 노력해 봤자 잘못과 책임은 당연히 유책이 와 상간자들이 지어야 할 부분이다. 근데 이런 잘못을 해놓고도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음은 물론이고, 가출을 한다던지, 배우자 잘못을 운운하며 비난하며 생활비나 양육비로 협박을 한다던지, 당치도 않게 유책배우자임에도 이혼을 주장하고 나오며 급작스럽게 너랑은 처음부터 하나도 맞는 게 없었다며 그동안 참고 살았지만 더 이상 못 참는다는 말을 운운하며 이혼카드를 꺼내는 유책배우자들의 이야기가 커뮤니티에는 도배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 유책이에 대해 그곳에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그 와중에 자랑 같기도 하고, 상처에 소금 뿌리는 느낌인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그것이 자랑거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집 유책이 보다 더 금전적이나 행동으로 보상하는 유책이 들도 많이 있었다. 그나마 쓰레기 중에도 재활용쓰레기들이 섞여있는 점은 다행스러웠다. 우리 집 유책이도 현재로서는 재활용이 가능해 보이는데 이게 깨진 건지 금만 간 건지는 현재도 완벽한 믿음으로 가지는 못했다. 그 부분은 지금도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으로 굉장히 심한 정신적인 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인지 이런 외도의 특성상 끊임없는 불신이 생기는 것인지 양쪽 모두인지, 나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벌써 5개월째 확인 후 시간이 지나고 있고, 의심으로부터는 8개월째인데도 불구하고 뭐 하나 명확하게 알지 못하겠다. 이것이 참으로 우습기도 하고, 어이없는 일이기도 하다. 

 매사에 똑 부러지고, 일이 분명하며 사리가 밝은 사람으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나임에도 나 스스로에게 생긴 이 문제만큼은 그 무엇도 분명하게 보이는 것이 없고,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내가 정신적 치료를 끝내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인 거 같은데 아무리 노력하고, 생각하고, 고민해도 아직은 모르겠다. 언젠가는 알 수 있을지 영원히 모를지....


 그럼, 우리 집 유책이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외도를 확인한 첫날, 밑도 끝도 없이 용서하고 덮고 가겠다고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년간 술이나 유흥을 하거나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하던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 가장 크다. 그렇다고 나는 아니었나? 나 또한 술, 담배, 유흥을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저 사회적 통념상 남자들은 그런 경우가 많으나 우리 집 유책이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하나도 해당되지 않았기에 너에게 인생에 어떤 짜릿한 즐거움이 없었을 거 같다, 그 부분은 배우자로 써가 아닌 동갑내기 친구 같은 마음으론 작게나마 이해가 갔다. 그러나, 나는 친구가 아니고 배우자 아닌가. 시간이 갈수록 부인으로서 용서하는 건 쉽지 않았다. 난 역시 살아있는 성불은 아니니까. 

 담배 말고는 딱히, 혼자 즐기는 취미도 없고, 퇴근이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퇴근하면 집으로 직행하는 타입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살림을 돕거나, 나에게 가정적인 남자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관심을 많이 갖는 스타일이었고,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보니 아이들 아빠로서는 좋은 사람인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으로서가 아닌 아이들 아빠로서라도 용서가 쉽게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전혀 10%도 용서하지 못했다.  그렇게 독한 정신과 약을 10알이나 먹고 밤잠에 들고도 공황증상으로 증상약에 아침점심까지 약을 한 두 번이라도 깜빡했다가는 손이 덜덜 떨리고, 전신에 전기가 오는 느낌이 들만큼 약은 점점 독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혼자 운전을 하다 내 마음 같은 가사가 나오면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만다. 끝없는 터널 안에 갇혀버린 기분이랄까. 보는 이들은 무척 지루하고, 재미없어 질려버릴지 모르겠지만 이 것이야말로 외도를 저지른 가정의 현실이다. 그냥 나는 죽어있다. 약을 먹고 잠이 들고, 기계적으로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챙기지만 감정이 죽었다. 물론 우리 집 유책이는 조금 다른 성향을 보이며(처음에 한 달쯤은 교과서처럼 비숫했다.) 전에는 손도 안 대던 살림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고, 그동안 이 모든 일을 다 할 줄 알면서도 내가 아무리 몸이 아파 부서질 거 같아도 외면했었다는 사실에 나는 또 다른 상처를 받고 있다.

물론 적반하장 유책이 들 보다는 나은 상황이겠지만, 나로서는 이 모든 일들 중에 그 무엇 하나 위로가 없다. 삶의 웃음기가 싹 빠졌다. 웃는 나는 웃는 게 아닌 노랫말처럼 나는 지금도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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