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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Oct 01. 2023

07_팔은 안으로 굽는다.

가재는 게 편


 하필이면 상간녀와 삼자대면하기로 한 날의 다음 날이 고인이 되신 시어머니의 제삿날이다. 만날까 말까 가장 고민이 되는 일이 이 문제였다. 만약 만나봤는데 내 느낌대로 그 녀(ㄴ)이 상간녀라면 내가 진짜 어떻게 제사상을 차린단 말인가.

내가 아무리 보살이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듣고 사는 인간이라도 그건 진짜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내가 반드시 그 무언가의 느낌으로 그걸 알 수 있다고 확신했고, 그 못생긴 여자의 얼굴 때문에 그 무언가의 느낌은 어느새 우주 저 멀리 사라지고 그래. 저걸 얼굴이라고 달고 다니는 게 불쌍하기까지 한데 괴롭히지 말자..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물론 나는 다음날 시어머니의 제사상을 차렸다. 근데 운명이란 건 어차피 정해진 방향대로 흘러가게 되어있나 보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 척 잘 해내어 제사상을 차렸으나 아버님은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며 본인 아들 유책이와 다투시더니 그 길로 내려가버리셨다. 지금 제사상 차린 나에 대해 누구보다 민망한 유책이는 좌불안석이었고, 마음 약한 나는 또 밤새

울어버렸다. 이 일을 계기로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20년 결혼생활 내내 열심히 시댁의 제사와 차례를 혼자 맡아온 나로서는 유책이의 외도에 이어 내 20년을 부정당한 두 번째 트라우마가 발생되어 버린 것이다.

 아홉 번 잘해도 한 번 못하면 소용없다 했는가.

나는 잘 귀가하셨냐는 안부를 물을 수 없었다. 그 후로 2주쯤 지난 후 아들의 유책에 대해 말씀드리며 그 상황에서 차린 제사상을 엎어버린 (실제로 엎진 않았지만 제사는 못 지냄) 두 부자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날까 두려워 이혼을 할 생각이라고 인사들 드렸더니 아버님은 나더러 막말을 한다며 오히려 나무라셨다. 그 후로 유책이에게 온 문자를 보니 40대는 한창이라는 둥 아이들에게 잘하라는 둥의 이야기만 있고, 영혼이 무참히 뭉개진 며느리 이야기는 한 단어도 없었다. 나는 바로 이 관계를 끊었다. 이런 비슷한(외도문제가 아닌 아버님 문제) 문제를 여러 번 겪으며 20년을 참아보았지만 아무리 큰 문제 앞에 서게 되어도 결국 나란 인간은 힌줌 먼지보다도 존재의 의미는 없고, 활용의 의미만 님이 있던 것이다. 그래서 전혀 미련 없이 이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고, 유책이 도 동의하게 되었다.

 1. 아버님을 차단할 것

 2. 아버님이 아들을 통해 전화연락을 해도 바꿔주지 안 을 것

3. 전처럼 흐지부지 차단 풀게 하지 않을 것


유책이가 걸어준 조건이다.

나는 사실 아직 이혼에 대한 문제를 완전히 정리한 갓은 아니다. 용서가 되냐고 묻는다면 분노의 대상이 희한하게 유책이 가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신기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이혼에 대해 고민이 없냐면 그것도 아니다. 아직은 모르겠어서 그냥 할 수 있는 것들= 시간을 보내기, 상간소 등을 하며 견디고 있다. 이 와중에 정신과에서 상태가 매우 나빠(자살시도와 자해를 겪음…. 이건 마치 수동태 같은 느낌이다… 내가 한 짓인데 내가 하지 않은 거 같은…) 입원을 권유받도 있지만 그럴 상황은 안돼서 약으로 버티고 있다.



 우리 집은 팔 안굽 시댁이었다. 가끔 겉으로는 나무라는 척하고 뒤로는 편들어준다는 이야기도 보이던데 차라리 그런 경우는 예의라도 있다 본다. 다만 우리 집유책이의 경우 180도 달라진 반성모드라 우선 지켜본다. 그거 말고 지금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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