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4호 13화

비로그 #5

by 연희관 공일오비

소크라테스는 배라도 고팠지만, 나는 배마저 부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점심은 오일파스타와 바게트를 먹고, 저녁에는 김치찜으로 배를 채운다. 사이사이 아이스크림도 맛보고 과일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어제는 생일인 친구에게 2만 원짜리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주었고, 내 동생은 방에서 홀로 10인 분의 식사를 하는 유튜버의 먹방을 보고 있다.

유니세프에서 TV에 내보내는 기아 영상이 보고싶지 않다. 머리 속에서 빈곤 포르노의 시사점이 나열돼 떠오른다. 빈곤을 자극적으로 연출하고 그 속의 개인은 소품처럼 이용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나의 합리화일지도 모른다, 이 진득한 안주에 대한.


책이 상 위로 소복소복 쌓여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며 삶의 교양이라 전수받은 어린 날의 역사가 여기까지 흘러왔다. 어쩌면 소크라테스보다 더 많은 글을 읽었을 지도 모른다. 그 시대는 지금보다 책과 수명이 부족하지 않았는가.


지난 주 이사 온 옆집에서 드릴로 벽을 뚫는 소리가 왕왕 나고, 눈 앞에 엊그제 산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해변의 카프카』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가 보인다. 그러게.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앎과 배를 가득히 채우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값어치는.


배가 고팠던 소크라테스는 배불리 밥을 먹었고, 배가 부르던 돼지는 방대한 지식을 배웠다. 글을 쓰는 건 나의 욕망인가 혹은 책임인가. 무엇이 답이 됐든, 일상에 단단히 내걸린 쇠사슬은 결코 사라질 수 없을 터다.


편집위원 희 (woddlwodl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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