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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유 Jul 01. 2023

그랬던 것 같습니다

토막 에세이-성찰

언젠가부터 좋은 일 하나가 생기면 그 좋은 일이 틀어지거나 그릇될 수 있다는 조그마한 생각 주머니 하나를 덧붙여서 살게 됐습니다.

어쩌면 나를 지키기 위한 보호수단이자,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한 방책이었겠죠.


그 생각주머니 안에는, 이 좋은 일은 나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니, 다시 거둬져 갈 수도 있다는 담담함이 들어있었습니다.

반대로, 나쁜 일 하나가 생기면 좋은 일 하나가 슬며시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들 덕택에 그럭저럭 삶을 견뎌나갈 수 있더라구요.

자주 초연한 자세를 지니려고 노력했던 덕분일까.

존경했든, 사랑했든, 친근했든.

소중했던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나의 곁을 떠나갈 때면 힘들어 내내 울어도, 죽을 것처럼 아파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찌어찌 밥은 넘기고 살게 됐습니다.

또, 작별인사 하나정도는 예의 있게 건넬 줄도 알게 되었죠.

이런 걸 조금은 무뎌졌다 말하는 걸까요,


그러나 여전히, 이유가 없던 감정들이 작별을 위해선 수만 가지 설명이 붙는 일들이 저는 싫더군요.


당신을 사랑하기 전 내가 읽었던, 당신 책 속의 대학시절 당신의 모습들은

잔뜩 낭만 어리고 순수한 모습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당신과 이별 후,

시간이 갈수록 어려웠던 당신의 모습과,

당신 책 내용을 겹쳐서 떠올리다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그때 내민 손을 뿌리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랬다면,

아주 나중에

같은 출판사에 있는 우리가

좀 더 나은 상태에서 다시 마주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내가 사랑했던 건

보다 순수하고 해맑았던

과거의 당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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